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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동향

연구보고서

보고서명치료중단과 안락사
  • 의학의 발전에 따른 최근의 의료현실은 한편으로는 인간에게 생명과 건강에 대한 희망과 행복을 가져다주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 능력의 한계 앞에서 생명에 관한 곤혹스러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어려움을 던져주기도 했다. 현대의학으로 치료할 수 없는 질병의 말기에 이르러 죽음의 시점을 불과 수개월 앞에 둔 채 회복에 대한 희망 없이 고통스러운 투병생활을 계속하는 경우나, 의식을 잃고 회복의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태로 수 개월이 될지 수 년이 될지 모르는 혼수상태를 지속하며 생명유지 장치에 의존하여 호흡과 맥박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그 대표적인 상황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들은 회복을 기대할 수 없는 채 생명을 유지하는 대가로서 환자 본인에게나 주위 가족에게 매우 커다란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고통을 부담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 이에 따라서 불치의 질병을 앓는 자신 또는 의식을 잃고 지속적인 혼수상태에 빠져있는 가족의 남아있는 삶의 기간과 그 삶의 질을 고려해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또는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근거로 생명을 단축시키고자 하는 요구가 제기되었다. 그러나 어떤 상태의 생명이든지 또 어떤 형식으로든지 더 연장할 수 있는 생명을 단절 시키는 것은 형법상 살인의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상황에서의 살인은 그 의도가 이미 죽음에 직면한 자를 고통에서 구제하기 위한 것으로서 오히려 그의 행복을 위한다는 善한 것이라는 점에서, 역사가 오랜 안락사 논쟁과 접목된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논의된 안락사라는 것은 최근과 같이 발달된 의료환경을 기초로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앞에서 서술한 의료상황에서의 현상을 적절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특히 안락사라는 용어 자체의 의미에도 혼란이 있으며 역사적으로 극도로 오남용된 사례로 인하여 사회적 거부감이 남아있기 때문에, 최근의 의료상황에서의 쟁점에 안락사라는 개념을 통하여 접근할 때에는 많은 오해와 혼선을 빚을 우려가 있다. 또한 우리 사회의 의료서비스의 현실을 고려할 때, 이미 의료처치상황 밖에서 벌어지는 안락사문제는 매우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본 보고서는 기존의 안락사논의는 의료처치상황으로 범위를 좁혀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혼수상태에 빠져있고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된 환자의 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곧 그 사람의 죽음을 초래하며, 형법상 살인죄가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중단의 결정은 우리 현실에서 드물지 않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지금까지는 환자의 가족과 의료진의 합의하에 시행되어 왔고 공개적인 논의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에 관한 분명한 판단기준이 정립되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의식불명상태에 있는 환자의 치료를 중단함으로써 죽음을 맞게 한 것이 최근에 실제로 형사사건화 된 바 있다. 이와 같은 상태는 환자 본인이나 환자의 가족, 그리고 의료진 모두에게 법적불안정성을 안겨주고 있으며, 형사사건화 되지 않더라도 자신들의 결정에 대한 법적 윤리적 책임감을 벗어나기 어렵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료중단의 요건이 사회적으로 공론화되지 않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가 죽음에 관한 논의 자체를 지금까지 지나치게 외면해왔기 때문이며, 또 치료중단에 관한 논의가 안락사 전체에 관한 논의와 겹쳐지면서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우려까지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회복의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더 이상의 무의미한 치료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미국과 네덜란드, 일본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미 승인된 의료 관행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안락사 또는 죽음의 권리에 관한 외국에서의 최근의 쟁점은 의사조력자살의 문제로 이행되었다고 할 수 있다.
    치료중단이 우리 사회에서 특별히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1997년의 보라매병원사건이다. 이후 의료계는 2001년 4월에 의사윤리지침을 제정함으로써 이 문제에 대하여 입장을 표명하였다. 지금까지의 논의상황을 보면, 언론은 의료계가 사회적 공론화를 거치지 않은 채 소극적 안락사를 강행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보며, 의료계는 치료중단은 소극적 안락사가 아니며 자신들은 안락사를 반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쪽도 기존의 치료중단 관행에 대해서는 분명히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락사는 실정법상 금지된다고 주장되지만, 학설상 특히 이른바 소극적 안락사의 경우에는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다는 것이 다수설이라는 점에서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이하 원문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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