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연구자료
고령화사회의 노동법적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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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초록
- 우리나라는 2000년부터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이래 매우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전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활동이 가장 왕성한 25~49세 연령층은 2005년 현재 전체 생산가능인구의 59.6%이나, 2020년에는 51.3%, 2050년에는 45.2%로 점차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에 50~64세 인구는 2005년 생산인구의 20.5%에서 2020년 33.2%, 2050년 40.5%로 증가할 것이 예상된다.
이와 같은 인구의 고령화 문제가 중요한 사회적.경제적 이슈로 부각되는 이유는 역삼각형 인구피라미드의 불안정성으로 인하여 노동력을 제공하는 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소득의 세대간재분배를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여 고령화사회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고령자의 경제활동참가율을 제고하지 않는다면, 향후 노동력 공급 자체가 감소할 것이며, 노동력의 감소를 상쇄할 수 있는 생산성의 증가가 담보되지 않는 한 노인 세대와 젊은 세대의 삶의 질과 복지가 같이 훼손되는 심각한 사회 문제가 야기된다. 따라서 고령화 사회에서는 고령자에 대한 사회보장체제를 구축하는 것과 동시에, 고령자의 지속적 경제활동참가를 가능케하는 법적 시스템의 정비가 필수적이다.
노동법과 고용관련법, 각종 사회보장법 등은 상호관련성 속에서 고령사회에 대응하여 새롭게 구축되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즉, 장기고용 시스템이나 정년제는 이미 붕괴되고 고령인구의 증가가 여러 가지 사회적, 경제적 문제를 야기 시키는 상황에서 노동법은 고령자의 고용을 유지하고,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고령 인구층에 대하여 적절한 고용 기회가 확보되도록 뒷받침해 주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주어지고 있다.
경제활동을 하고자 하는 고령자에게 고용 기회를 제공하고 근로조건을 보장하는 것은, 고령자 자신에게 경제적 기반의 형성과 함께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해줄 것이며, 국가경제적으로
적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기여할 것이며, 나아가 복지재정의 부담을 경감시킬 것이다.
고령자 고용유지 및 촉진을 위한 입법적 개선은 직접적으로 노동시장을 규제함으로써 고령자 고용을 유도할 수도 있고, 간접적으로 고령자 고용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도 있다. 예컨대 정년제의 법제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입법, 고령자 고용촉진을 위한 고용규제 완화 등은 노동시장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방안이다.
선진국의 고령자 고용관련 입법 및 정책은 연금수급 연령까지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 주는 것에 목적을 두고, 이러한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 고용보장제도와 연령차별금지제도를 두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로서의 고령자에 대한 생존권 보장 차원에서 국가가 적극적 배려 의무로서 입법을 통하여 고령근로자의 고용을 촉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오히려 성과 조직인 기업이 고령 근로자의 고용을 유지할 인센티브를 가질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며, 이것이 고령화사회에서의 노동법의 임무일 것이다. 또한, 조기퇴직이 기업에 만연되어 있는 현 시점에서는 고령자 고용촉진보다는 고령자 고용유지, 특히 중고령자의 정년 전 고용안정에 정책의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다만, 고령자 고용촉진을 위한 각종 입법적 개선방안이나 정책이 단순히 재취업 자체에 초점이 맞추어져서 일자리의 ‘질’을 도외시한다면 고령사회 문제 해결의 근원적인 해법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본 논문은 고령자 고용대책으로서 성과주의 임금체계 도입을 통한 고령자 고용촉진, 정년제의 단계적 법제화,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등 세 가지 방안을 제시하였다.
첫째, 연공제 임금체계는 능력과 성과에 연동되는 임금체계로 개선되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사업장에서는 고용과 임금이 동전의 양면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때, 사용자는 고령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임금이 ‘업무책임, 능력, 성과’에 연동될 때에만 고령근로자의 고용을 유지할 인센티브를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현행 규정이나 해석론 하에서는 임금체계를 변경하는
경우의 근로조건 변경 절차에 대한 통일적이고 일관성 있는 기준을 끌어내기 어려우므로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의 근로조건 변경 절차의 경직성을 완화시키는 합리적 해석론의 정립이 필요하다. 다만, 임금체계 변경으로 인한 개별근로자의 불이익이 최소화되는 방안이 전제되어야 한다.
일각에서 실시되고 있는 임금피크제는 현실적으로 연공급이 지배적 임금체계이고, 급여체계의 급격한 변화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얼핏 생각하면 고령자 고용유지 측면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 같이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임금피크제는 결코 고령사회에 대응하는 근본적인 대비책은 될 수 없다. 임금피크제도 결국은 현재의연공급 체계 유지를 전제하고, 비용 부담의 증대 없이 정년을 연장하려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둘째, 연금제도 개혁과 맞물려 정년제를 단계적으로 법제화할필요가 있다. 정년제의 입법화는 낮은 기업 정년연령(예컨대 60세이하)으로 인한 조기퇴직이나, 정년 이전의 퇴출로부터 고령근로자를 보호함으로써 노동기회의 상실을 보존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의 연공임금 체계의 개혁이나 임금피크제 도입, 엄격한 고용보호법규의 변화 없이 단순히 고령자에게 고용기회를 증가시키기 위하여 정년제만을 법제화한다면, 기업은 인사적체, 퇴직금의 가속적 증가, 생산성 저하 등의 부정적 효과에 직면하여, 고령근로자를 배제시키는 수단으로서 해고라는 수단에 의존하고자 할 것이다. 따라서 정년제는 연금제도 개혁과 맞물려 단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역시 성과주의 임금체계가 정착될 때에만 실효성을 기대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느 연령대까지를 정년으로 하는 것이 ‘사회통념상의 합리성’이 있느냐의 문제는, 근로자가 일정 연령까지 근로에 종사한 이후에 근로의 의무로부터 면제되어 사회복지 등의 혜택을 받으며 사회적 휴식권을 누리게 될 수 있는 ‘사회적 정년’과 관련하여 판단해야 할 것이다.
셋째, 고령자 고용을 유지·촉진하기 위한 직접적 규제방안으로서 근로관계의 각종 영역에서 연령차별을 법률에 의하여 금지하는 방안이 있다. 연령으로 인하여 차별받지 않는 노동시장 환경은 고령자의 고용유지 및 촉진에 필수적인 전제이다. 또한, 연령차별금지의 법제화는 연령차별을 당연시하는 문화와 의식구조를 변화시키고, 사회·경제적으로 고착화된 연령차별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다. 노동시장에서의 연령차별 개선을 위한 입법적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경우, 그 실효성 여부는 과연 연령을 대체할 만한 객관적·합리적 기준이 확립되어 있는가의 여부와 연령차별시의 효과적 구제에 달려 있다.
정년보장제도와 연령차별금지제도 중에서 어떤 것에 더 우선순위를 두어서 추진하느냐는, 각 나라의 고용의 유연성 및 임금의 유연성의 정도에 비례한다. 고용의 유연성도 임금의 유연성도 낮은 우리나라의 경우, 정년제의 단계적 법제화와 연령차별금지제도의 병행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고용 유연성과 임금 유연성이 낮은 편에 속하는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아일랜드 등 대부분의 EU 국가들은 정년제를 인정하면서 과도기 형태의 연령차별금지제도를 두고 있다.
이상과 같이 본 논문은 고령자고용대책으로서 성과주의 임금체계 도입을 통한 고령자 고용촉진, 정년제의 단계적 법제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의 세 가지 방안을 제시하였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정책은 그 어느 것도 단기적으로 가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서로 연관되어 있다.
고령자 고용을 저해하는 연공형 임금체계를 성과주의 임금체계로 변경하기 위하여는 근로조건 변경 절차가 유연해져야 하는데, 이는 입법적 해결을 요구하는 것이다. 정년제의 단계적 법제화 역시 연금제도의 개선이 전제되어야 하며, 성과주의 임금체계가 정착될 때에만 실효성을 기대할 수 있다. 정년제 보장은 현실 노동시장에서 실제로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제도는 설사 법제화한다 해도 선언적 의미에 그칠 가능성이 크며, 개별적 차원의 구제에 그치게 되므로 정년제와 연계되어야 한다. 따라서 위의 세가지 고령자 고용대책은 동시에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에서 중고령자의 고용보장을 위한 가장 현실적 대안은 기업에게 임금의 유연성을 확보해 주는 대신고용을 보장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경제성장률 변동에 대한 고용의 탄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나라에서는 경기변동이 발생할 경우 고용조정에 우선적으로 의존하게 되므로 임금의 유연성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