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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이후 20년 노동체제의 평가와 미래구상 - 노동 20년 연구시리즈 총괄보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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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7년 민주화와 노동자 대투쟁 이후 20년이 지났다. 많은 성취와 발전을 이루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통상의 사회발전과정이었다면 지난 20년에 대한 평가가 별다른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경제산업 발전과 사회진보의 행로에 따라 노동체제도 하나의 방향으로 꾸준히 진화하고 발전해 왔다면 특별한 문제의식이 발동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년은 성장기 나무가 자라듯 한 방향으로 꾸준히 진화해 오기보다는 급격한 단절과 우여곡절을 겪으며 매우 동태적으로 변화해 왔다. 그리고 20년의 성과
    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미래전망은 대립한다. 20년의 정치경제에 대한상반된 평가와 미래전망은 노동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소위 “87년 노동체제”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공론의 장을 주도하고 있다. 20년의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노사관계가 성숙단계에 진입했다는 주장을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낙후한 노사관계가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키고 국내외 투자의 발목을 잡는 핵심적인 애로요인으로 지목된다. 노동
    운동은 국민경제적 관점을 잃어버렸고 전체 노동자들의 지위향상이라는 목적에 충실하지 못한 것으로 비판받고 있다. 공공부문과 민간 대기업의 정규직을 중심으로 한 노동조합은 이익집단화해 가고 사업장내 권력기관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운동이 누려 왔던 높은 사회적 정당성과 도덕성도 크게 훼손되었다. 노동시장의 성과에 대해서도 비판적이기는 마찬가지이다. 법적 경직성뿐 아니라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약이나 공식·비공식 노사협의로 초래되는 사업장내 경직성으로 인하여 고용창출이 위축되고 과도한 비정규직과 아웃소싱이 증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의 노동시장제도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고용률의 정체와 노동시장의 양극화 현상을 타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비판적 평가를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87년 체제의 지속가능성을 믿고 이를 지키기 위해 적극 나서는 주체도 없다. ’87년 체제에 대한 진보적 수정을 요구할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요구는 이미 ’87년 체제의 주요 특성으로 지목되어 왔던 대기업 정규직 중심성, 교섭중심주의, 대중
    투쟁중심 활동 등에 대한 수정으로 구체화되어 왔다. 세계적인 추세와는 다르게 한국에서 때늦은 산별노조 건설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라든가, 2004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거두었던 정치적 성취도 ’87년 체제의 한계를 보완하는 진전들이었다. 그리고 ’87년 체제에 대한 진보적 수정사항 중 빼놓을 수 없는 실험이 사회적 협약체제 구축 시도이다. ’98년 2월에 있었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을 전후하여 노동법 개정이나 실업대책 등 주요 노동·사회정책에 대한 노사정간의 협의와 타협시도는 계속 있어 왔다. 이러한 사회적 대화 경험의 축적과 제도화는 ’87년 체제를 근본적으로 재규정할 수 있는 큰 변화의 시도였지만 아직 안정된 체제로 정착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2007년의 시점에서 ’87년 체제의 시대적 기능이나 역사적 사명은 거의 소진단계에 있다고 평가된다. 20년을 어떻게 평가하든 ’87년 체제에 대한 보수적 수정 내지는 진보적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87년 체제는 더구나 ’97년 이후의 급진적 구조조정으로 표면화되고 있는 노동력의 재구성 경향과 이로 인한 새로운 유형의 노동문제와 노사갈등을 제도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를 대체할 보다 진전된 새로운 노동체제 내지 고용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정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제 한국형 노동시장제도라고 할 만한 어느 정도 안정되고 지속가능
    한 고용시스템이 정착될 시기가 되었다.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87년 체제의 보수적 수정방안이 지향하는 바는 대체로 영·미형의 자유시장경제(Liberal Market Economy)와 유연한 노동시장이다. 진보적 수정방안은 지역·업종차원의 노사관계와 중앙차원의 사회적 대화체제가 시장에 대한 일정한 규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북구형의 민주적 시장경제(Coordinated Market Economy)를 이념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와 한국형노동시장은 이 두 이념형의 하이브리드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완전한 영·미형으로 가기에는 국가와 재벌의 힘이 너무 강하고, 북구형으로 가기에는 조직노동을 비롯한 노사단체의 힘이 너무 약하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경제의 특성과 주요 경제주체들의 선택에 의해 결국은 우리도 다른 나라와 같이 현실타협적인 한국형 노동시장제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OECD 선진경제는 나름대로의 노동시장제도를 발전시켜 왔다. 각국의 발전과정에서 노동문제는 선진화의 문턱을 넘기 위한 마지막 숙제와도 같았다. 달리 표현하면 노동문제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법을 마련하고서야 선진국 진입에 성공할 수 있었다. 우리도 그 단계에 와 있다. 지금 우리가 당면한 낮은 고용률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화, 노사불신과 대립, 그리고 OECD 평균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사회안전망과 같은 문제들에 대한 한국 나름의 해법을 마련하는 과정이 바로 한국경제가 선진시장경제로 진입하는 길이다. 이런 “나름의 해법”은 시장에서 저절로 마련되는 것이 아니라 주요 경제주체들의 세력관계와 현재의 제도적 제약하에서 내려지는 주체들의 전략적 선택에 의해 디자인된다. 즉 한국형 노동시장은설계도를 갖고 디자인되어야 만들어질 수 있다.’87년 체제가 그 수명을 다하고 지속가능한 새로운 고용시스템이 출현해야 하는 발전의 변곡점에서 지난 20년을 평가하고 미래발전의 방향과 정책과제, 그리고 새로운 노동연구과제를 발굴해 간다는 문제의식에서 ’87년 이후 노동 20년에 대한 다각적인 평가사업을 기획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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