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
연구보고서
인도 그린수소 산업 육성 정책의 주요 내용과 한-인도 협력 확대 방안
보고서명(영문)India’s National Green Hydrogen Mission and Strategies for Korea–India Coope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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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초록
- 미-중 패권 경쟁, 2022년 러-우 전쟁, 2026년 미-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중첩되면서 세계 경제와 에너지 질서는 복합적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는 한국과 인도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화석연료 공급망 취약성을 부각했으며, 수입처 다변화를 넘어 에너지원 자체의 다변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6년 4월 개최된 한-인도 정상회담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인도와 글로벌 위기에 공동 대응하고, 양국 협력의 새로운 모멘텀을 창출하는 계기로 평가된다.
한국과 인도는 1973년 수교한 이후 외교적으로는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었으며(2015년), 경제 측면에서는 인도가 한국의 7대 수출국이자 4대 무역 흑자국(2024년)으로 자리매김했다. 인도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으나, 인도 측에서는 지속 확대되고 있는 대한국 무역적자를 주요 쟁점 중 하나로 제기하고 있다. 양국 관계가 교역 중심의 경제 협력을 넘어 전략적 신뢰에 기반한 동반자 관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양국의 국가적 우선순위와 맞닿아 있는 새로운 협력 축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그린수소는 한-인도 협력의 새로운 의제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탈탄소 전환은 한국과 인도 모두의 핵심 정책 과제이며,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 확보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글로벌 청정수소 시장의 주요 동향과 한국의 청정수소 시장 및 제도 현황을 검토하고, 이어 인도의 그린수소 시장과 인도 정부가 2023년 발표한 「국가 그린수소 미션(National Green Hydrogen Mission)」의 주요 정책 및 인센티브 제도를 분석하였다. 또한 오디샤, 안드라프라데시, 타밀나두 주정부의 그린수소 전략과 인도의 주요국 협력 동향을 살펴보고, 한국과 인도의 관련 기관·기업 면담을 바탕으로 가치사슬에 기반한 협력 확대 방안을 제안하였다.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글로벌 청정수소 시장은 2024년 기준 생산량이 80만 톤에 불과하나,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특히 청정수소 시대를 견인할 ‘수전해 기반 수소’는 북미와 중국 등이 주도하여 생산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호주, 인도 등지로도 공급망이 다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탄소 가격제 등으로 인해 화석연료 사용 부담이 확대될수록 수전해 기반 수소와 그린 암모니아의 경제성 확보를 위한 정책적·기술적 유인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주요국 정책에 기반한 확정 수요는 잠재 수요에 비해 제한적이나, 이는 역설적으로 정부의 장기적 정책 지원과 국제 협력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한국은 「수소법」,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 청정수소 인증제, 청정수소 발전시장 등을 통해 수소경제 육성을 위한 정책·제도 체계를 마련해 왔다. 또한 수소차, 연료전지, 암모니아 연료 선박, 조선·해운 및 저장·운송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는 2030년 수소 수요 390만 톤, 2050년 2,790만 톤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50년에는 수소 공급을 100% 청정수소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그린수소 생산도 2030년 25만 톤, 2050년 300만 톤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다만 국내 재생에너지 자원의 제약을 고려할 때, 국내 청정수소 생산 기반을 확대하는 한편 해외 청정수소 및 그린 암모니아 공급망을 확보하는 노력이 함께 요구된다.
인도는 중국과 미국에 이은 세계 3위의 수소 생산 및 소비국으로, 인도의 수소 수요는 도시 가스망 혼입, 대규모 산업용 수소 활용 등을 포함해 2030년 1,100만 톤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인도가 생산하는 수소 대부분은 화석연료를 활용하는 그레이수소이며, 그린수소는 인도 전체 수소 생산의 0.2% 정도로 추정된다. 인도의 그린수소 생산은 아직 초기 단계로 분석되나, 인도 정부의 에너지 대외 의존도 축소 의지, 비료 및 정유 같은 대규모 산업 수요와 더불어 인도의 풍부한 재생에너지 발전 잠재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정부가 2023년에 발표한 「국가 그린수소 미션」은 인도 그린수소 산업의 제도적 기반을 구축한 정책적 전환점이다. 인도 정부는 국가 그린수소 미션을 통해 2030년까지 △ 연간 500만 톤의 그린수소 생산 체계 구축, △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125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추가 도입, △ 연간 약 500억 달러 규모의 화석연료 수입 대체, △ 일자리 60만 개 창출, △ 5천만 톤의 이산화탄소(CO₂) 감축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국가 그린수소 미션은 인도를 그린수소 생산, 활용, 글로벌 수출의 허브로 조성함과 동시에 에너지 안보 강화 및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한다. 인도 정부는 그린수소 시장 형성을 위해 2029/30년까지 1,974억 4,000만 루피 규모의 재정 지원을 계획했고, 전체 예산의 88.6%를 SIGHT라는 프로그램에 할당해 국내 수전해기 생산과 그린수소 생산을 지원한다. 2023~24년에 연관 입찰이 진행되어 인도의 그린수소 생산은 2027~28년 본격 활성화될 전망이다.
인도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하여 전기분해 또는 바이오매스 전환으로 생산하되, Well-to-Gate 기준 수소 1kg당 발생하는 비생물성(non-biogenic) 온실 가스 배출량이 12개월 평균 2kg CO₂eq 이하인 경우를 그린수소로 정의한다. 이어 2025년 4월 그린수소 인증제도(Green Hydrogen Certification Scheme of India)가 마련되었다. 인도의 그린수소 인증 범위는 ‘수소 생산, 정제, 건조, 압축, 현장 저장’까지를 포함한다. 인도의 오디샤, 안드라프라데시, 타밀나두는 벵골만 연안에 위치해 항만 접근성이 쉬운 지리적 이점을 보유하고 있고, 전력 및 비전력 부분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향후 인도의 주요 그린수소 허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일본 같은 주요국은 인도와 청정에너지 협력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먼저 EU는 인도와 오랜 기간 축적한 청정에너지 협력 체계와 성과를 기반으로 그린수소, 산업 탈탄소, 인증 및 규범 협력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EU의 높은 기술력과 인도의 재생에너지 생산 잠재력이 상호 보완적으로 결합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인도는 EU의 RFNBO를 비롯한 국제 청정수소 인증 기준과의 정합성을 모색하며 자국의 인증 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일본 역시 장기간 추진해 온 청정에너지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인도와의 협력을 구체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JCM과 같은 국외 감축 사업을 통해 기술 협력과 기업 진출을 연계하고 있으며, 인도를 자국의 그린수소 공급처이자 제3국에 이를 공동으로 수출하는 파트너국으로 간주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인도와의 그린수소 협력이 단기간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쌓아온 양국 간 신뢰를 기반으로 심화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본 연구는 제2, 3장의 분석과 더불어 한국의 청정수소 연관 기관 및 기업, 인도의 그린수소 연관 기관 및 기업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현지 조사를 진행하여 실질적인 협력 수요를 모색했다. 이어 △ 한-인도 청정에너지 협의체 운영, △ 한-인도 그린에너지 회랑(corridor) 구축, △ 장비 및 기술 부문 협력, △ 주정부와의 직접적인 대화 채널 구축, △ 한-인도의 학계·싱크탱크 협력 및 네트워크 활성화 등을 협력 확대 방안으로 제안하고자 한다.
양국은 2026년 4월 정상회담 이후 형성된 협력 모멘텀을 활용하여 그린수소를 중장기 협력 의제로 제도화하고, 지속 가능한 협력 플랫폼을 조속히 구축해 나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