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
연구보고서
하천홍수완충공간 확보 방안의 실효성 분석 및 정책 추진 과제
보고서명(영문)Assessment of Effectiveness and Policy Measures for Securing River Flood Buffer Spa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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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초록
- 1. 서론
기후변화로 극한강우의 발생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면서 제방, 댐, 저류지 및 홍수조절지 등 구조적 시설을 중심으로 한 기존 홍수관리체계의 한계가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계획규모를 초과하는 홍수의 발생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개별 시설의 홍수방어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유역 전체의 홍수위험을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하천 주변의 범람원, 농경지, 공원, 홍수터 및 공공토지 등 다양한 공간이 홍수 시 유수를 일시적으로 저류·지체하거나 범람을 수용하도록 함으로써 하류의 홍수부담을 분산하는 공간 중심의 접근이 요구된다.
본 연구는 하천홍수완충공간을 하나의 정책적 개념으로 정립하고, 국내 홍수완충공간 확보방식의 한계를 분석하였다. 또한 국내외 법·제도와 사례를 검토하여 토지매수형뿐 아니라 협약형, 권리설정형 및 공공토지 활용형의 국내 적용 가능성을 분석하고, 유역 차원에서 다기능 홍수완충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추진과제와 단계별 추진체계를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2. 하천홍수완충공간 확보 방안 현황 및 국내외 정책 동향
2.1. 하천홍수완충공간 확보 개념
본 연구에서 정의하는 하천홍수완충공간은 특정한 시설이나 법정 구역이 아니라, 홍수 시 유수의 저류·지체 또는 범람을 통해 하류의 홍수위험을 저감하는 기능을 수행하거나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홍수조절지와 저류지 등 전용시설뿐 아니라 범람원, 홍수터, 농경지, 공원, 폐천부지, 구하도 및 하천 주변 저지대 등 다양한 토지이용 공간을 포함한다. 홍수완충공간은 평상시 농업·생태·공원·친수 등의 기존 기능을 유지하면서 홍수 시에만 일시적으로 물을 수용하는 공간과, 공공이 토지를 매입하거나 기존 공공토지를 활용하여 영구적인 저류기능을 부여하는 공간을 모두 포괄한다.
2.2. 국내 현황 및 관련 법·제도
국내 홍수완충공간은 「하천법」에 따른 홍수조절지·저류지 조성과 수계법에 따른 수변구역 토지매수사업 등을 통해 확보되어 왔다. 본 연구에서 검토한 담양·화순 홍수조절지와 여주·영월·나주 저류지, 목감천·원주천 신규 조성사업은 모두 공공이 토지의 소유권을 직접 취득하는 토지매수형에 해당한다. 토지매수를 통하여 진행되고 있는 목감천과 원주천 사업에서는 토지보상비가 각각 총사업비의 47.4%와 약 66%를 차지하였다. 이는 넓은 면적의 홍수완충공간을 전면매수할 경우 보상비가 사업비의 주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수변구역 토지매수사업도 자발적 매도에 의존하여 토지가 분산적으로 확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역 차원에서 필요한 위치와 규모의 공간을 계획적으로 확보하는 데 제약이 있다.
또한 기존 홍수조절지와 저류지는 홍수량 저감을 중심으로 계획된 이후 공원, 체육 및 친수 기능이 사후적으로 접목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사후적 다기능화는 평상시 공간 활용도를 높일 수 있으나, 침수 취약시설이 증가하면 홍수 후 피해와 복구비용이 함께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계획 단계부터 홍수저류 기능과 평상시 이용, 침수 후 복구·재개방을 통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유역계획에서 검토된 저류대책이 하천기본계획과 개별 정비사업으로 이어지는 후속 이행체계도 충분히 구체화되어 있지 않았다. 대상지 선정, 사업 우선순위, 확보수단 및 재원의 연계가 미흡하여 유역 차원에서 제시된 저류 필요성이 실제 공간 확보로 연결되지 못하는 구조가 확인되었다.
2.3. 국외 정책 및 제도
네덜란드는 1997년부터 ‘델타 대하천 프로젝트’ 일환으로 ‘Room for the River’ 정책을 추진하였다. 기존 ‘물과의 전쟁’에서 ‘물과의 공생’으로 하천 관리의 기조를 전환한 것이다. 법적 근거는 「Delta Act」와 「Water Act」상의 수인의무 규정으로, 하천 인근 토지소유자가 일정 조건하에 홍수를 수용하도록 의무화한다. 토지 소유권은 이전하지 않으며, 홍수 시 실제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 사후 청구 방식으로 보상한다. 하천의 물을 임시 저장하는 유수지(Retention area)는 평상시 농업·자연보호·레크리에이션 용도로 활용하는 다목적 협력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은 2011년 1,000년 빈도 폭우로 막대한 피해를 본 이후, 기존 하수도 중심 대응체계에서 벗어나 공원·도로 등 기존 공공 공간을 홍수 시 임시 저류지로 겸용하는 ‘클라우드버스트 관리계획(CMP: Cloudburst Management Plan)’을 수립하였다. 핵심 법·제도적 변화는 수도 공기업이 거둔 수도 요금을 지하 하수관거 등 회색 인프라에만 투자하도록 제한하던 규정을 개정하여, 다목적 지상 솔루션에도 투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비용 분담은 우수 관리 기능은 유틸리티, 공원 미관·휴양 기능은 지자체 일반재정이 부담하는 공동재원 구조(co-financing)로 설계되어 있다.
미국은 1990년 「농업법」에 의해 도입된 습지보전제도(WRP)를 2014년 농업보전지역제도(ACEP)의 하위 프로그램인 WRE(Wetland Reserve Easements)로 통합·계승하여 운영하고 있다. WRE는 지주의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농업 생산성이 낮거나 홍수에 취약한 한계지 소유자가 신청하면 USDA 영구 보전계약 또는 30년 장기 보전계약(복원 비용의 50~75% 지원) 형태로 지역권(Easement)을 설정하고 재정·기술 지원을 제공한다.
일본은 2021년 유역치수 관련 법제 개편을 통해 하천관리자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기업, 농업인 및 주민이 유역 전체에서 홍수대책에 참여하는 체계를 확대하였다. 저류기능보전구역을 통해 논·임야·녹지 등의 저류기능을 관리하고, 논댐을 통해 농업용 논의 평상시 이용을 유지하면서 집중호우 시 빗물을 일시 저류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국외 사례의 특징은 ① 유역 또는 도시 차원에서 저류가 필요한 공간을 사전에 확인하고, ② 토지매수, 법정 구역 지정, 지역권, 협약 및 공공토지 활용 등 다양한 확보수단을 대상지 특성에 맞게 적용하며, ③ 계획 단계부터 치수와 농업·생태·공원 기능을 통합하고, ④ 사업의 기능과 주체에 따라 관련 재원을 연계한다는 점이다.
3. 하천홍수완충공간 확보 방안 및 실효성 분석
본 연구는 하천홍수완충공간 확보의 정책목표를 단순한 저류용량의 확대가 아니라, 유역 차원에서 필요한 공간을 설정하고 계획 단계부터 치수·생태·친수·지역이용 기능을 통합한 다기능 저류공간을 확보하는 것으로 설정하였다.
홍수완충공간 확보수단은 소유권과 권리관계, 공간 이용방식에 따라 토지매수형, 협약형, 권리설정형 및 공공토지 활용형으로 구분하였다. 각 수단의 적용 가능성은 공간확보 및 사업추진 가능성, 법·계획 연계성, 재정 지속가능성, 다기능·운영 지속성의 네 측면에서 분석하였다.
토지매수형은 「하천법」과 「토지보상법」에 토지의 수용·사용과 보상절차가 마련되어 있고, 하천기본계획 수립지침에도 관련 근거가 존재하여 현재 국내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본수단으로 평가되었다. 공공이 소유권과 관리권한을 확보하기 때문에 시설 조성과 장기적인 기능관리에 유리하지만, 넓은 면적을 확보할수록 토지보상비가 크게 증가한다. 따라서 영구적인 공공 소유와 관리가 필요한 핵심지역에 선택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협약형은 토지소유권과 평상시 이용을 민간이 유지하면서 공공과의 계약을 통해 홍수 시 일시저류·침수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국내에는 하천홍수에 특화된 직접적인 제도가 없으나, 생태계서비스지불제의 계약절차와 자연재해 저감 활동을 참고할 수 있다. 다만 홍수 발동 조건, 침수 허용범위, 연간 보상과 실제 침수 시 추가보상, 배수·복구 책임 및 분쟁조정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표준계약과 보상·복구기준을 마련하고 농경지·유휴지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할 경우 토지매수형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권리설정형은 토지소유권을 이전하지 않고 홍수 시 저류·범람과 관리출입에 필요한 권리만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민법」과 「토지보상법」에 일반적 권리설정과 보상의 기반은 존재하지만, 하천범람에 특화된 권리내용, 보상기준 및 등기·등록 방식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반복침수에 따른 추가손실과 장기 관리비용까지 고려할 경우 토지매수형보다 항상 비용이 낮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공공토지 활용형은 폐천부지·국공유지, 하천구역 내 홍수터 및 공원·체육시설 등 이미 공공이 소유·관리하는 토지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폐천부지와 하천구역 내 홍수터는 별도의 토지취득 없이 활용할 수 있고 「하천법」과 하천기본계획 지침에 관련 근거가 있어 단기 적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공원·체육시설 겸용형은 도시지역에서 적용 가능성이 있으나, 내수·외수의 통합검토와 홍수 시 통제, 배수, 시설복구 및 부서 간 책임체계가 선행되어야 한다.
토지매수형은 현재의 기본수단으로 유지하되, 반드시 영구적인 공공 소유가 필요한 핵심지역에 선택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폐천부지와 홍수터 등 공공토지 활용을 우선 확대하고, 협약형은 표준계약과 시범사업을 통해 제도화 가능성을 검증하는 것이 적절하다. 권리설정형은 현 단계의 정책추진과제보다는 중장기적인 법제 연구대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4. 정책 추진 과제
실효성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홍수완충공간 정책을 유역 차원의 공간·계획 연계, 확보수단 다변화, 다기능 설계·운영 및 재원·성과관리의 방향으로 전환하기 위한 일곱 가지 정책추진과제를 제시하였다.
첫째, 홍수완충공간의 제도적 정의와 대상지 선정기준을 마련한다. 단기적으로 국가물관리기본계획, 유역계획 및 하천기본계획 수립지침에 개념과 정책목표를 반영하고, 중기적으로 관련 법률에 법적 정의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둘째, 홍수관리구역의 기능을 재정립하고 관련 계획과의 정합성을 확보한다. 홍수관리구역을 저류·지체 기능을 관리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정·평가기준과 보상·지원체계를 검토하고, 친수구역·수변구역 및 관련 개발·재해계획과의 공간적 중첩을 사전에 검토하도록 한다.
셋째, 공공토지 인벤토리를 활용하여 홍수저감 잠재력을 우선 검토한다. 폐천부지·국공유지·구하도·홍수터 및 공원의 위치와 이용현황에 저류 가능량, 하천 연결성 및 개발계획 정보를 연계하고, 다른 공공목적으로 활용하기 전에 홍수완충 기능을 검토하는 절차를 마련한다.
넷째, 협약형 확보수단의 표준계약을 마련하고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홍수 발동 조건, 침수 허용범위, 보상, 피해복구 및 분쟁조정 기준을 포함한 표준계약을 개발하고, 침수 내성이 높고 자연배수가 가능한 농경지·유휴지에서 적용 가능성을 검증한다.
다섯째, 다기능 저류공간의 설계·운영·복구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신규 저류지, 폐천부지, 홍수터, 공원 및 협약형 농경지에 대해 시설·식생·홍수 시 통제·배수·안전점검·복구·재개방 기준을 유형별로 제시한다.
여섯째, 사업유형별 복수 재원 연계체계를 마련한다. 일반회계를 기본으로 하되 수질·생태·공원·농업·기후적응 기능과 사업주체에 따라 관련 기금, 국고보조사업 및 지방비를 연계하고, 협약보상과 유지관리·복구비를 포함한 생애주기 재원계획을 수립한다.
일곱째, 복합편익과 실제 저류성과를 평가하여 계획과 예산에 환류하는 체계를 구축한다. 기존 홍수조절지와 저류지의 가동 빈도, 저류량, 하류 수위 저감 효과 및 관리·복구비를 공식적으로 축적·공개하고, 수질·생태·탄소·평상시 이용 등 다기능 편익의 정량화 방법을 개발한다.
이들 정책과제는 제도적 정의와 선정기준 마련을 시작으로 대상공간의 발굴, 확보수단과 운영기준의 적용, 재원 연계, 성과평가 및 계획 환류로 이어지는 단계적 구조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단기에는 기준과 정보기반 및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중기에는 제도 정비와 현장 적용을 통해 실효성을 검증하며, 장기에는 검증된 수단을 정규사업과 국가·유역·하천계획에 반영하는 방향을 제시하였다.
5. 결론 및 정책 제언
홍수완충공간의 확보는 하나의 시설이나 확보수단을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유역에서 홍수저감에 필요한 공간을 식별하고 대상지의 소유관계와 평상시 이용 특성에 따라 다양한 확보·운영수단을 조합하는 정책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국내 홍수완충공간 정책은 토지매수형을 모든 지역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영구적인 공공 관리가 필요한 핵심지역에는 토지매수형을 적용하되, 폐천부지·홍수터·공원 등에는 공공토지 활용형을 우선 적용하고, 기존 토지이용을 유지할 수 있는 농경지와 유휴지에는 협약형을 단계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유역계획에서 선정한 홍수완충공간이 하천기본계획과 개별 사업으로 연결되도록 계획 간 이행체계를 마련하고, 계획 단계부터 치수·생태·친수 기능과 홍수 후 복구·재개방을 통합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공간의 복합기능에 따라 일반회계와 관련 기금·사업비를 연계하고, 실제 저류성과와 복합편익을 공식적으로 평가하여 후속 계획과 예산에 환류하는 체계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