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
연구보고서
한국 혁신체제의 제도적 전환 연구
보고서명(영문)Institutional Turn of Korea's Innovation System for Ambidextrous N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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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초록
- 1. 연구의 배경 및 필요성
○ 2021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한국을 개도국 그룹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재분류하였으나 선진국에 진입한 한국은 세 가지 구조적 난제에 직면
- ① AI 혁명 대응: 디지털 패러다임 확산 속 글로벌 경쟁력 유지 과제
- ② 탈세계화 대응: 국내 제조업 기반 강화 및 공급망 재편 필요
- ③ 양극화 해소: 저출산·지방소멸·극우화 등 공동체 위기 타개
○ 세 가지 난제의 근원적 해결책은 연결되어 있음
- ③번 양극화 문제의 핵심은 좋은 일자리 부족이며, 이는 ①과 ②에 대한 효과적 대응, 즉 AI 혁명과 탈세계화 시대에 제조업과 신산업 모두에서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해소될 수 있음
2. 연구 목적: 양손잡이 국가를 위한 제도적 전환 과제 탐구
○ 본 연구는 한국이 제조업(CME 제도 적합)과 신산업(LME 제도 적합) 모두에서 경쟁력을 갖춘 '양손잡이 국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제도적 전환을 탐구
- 구체적으로 다음 5개 제도 영역을 다룸
영역
세부 내용
방향
스타트업 생태계
VC 제도, 지배구조, 코스닥 상장
LME 강화
규제 체계
포지티브→네거티브 규제 전환
LME 강화
노동시장
유연안정성 강화
CME+LME 균형
대-중소기업 관계
수평적 협력 관계 구축
CME 강화
정부의 역할
발전국가→조율국가 전환
선진국형 거버넌스
3. 이론적 배경: 기술·제도 공진화와 자본주의 다양성
□ 주류 경제학의 관점
○ 202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Daron Acemoglu는 '포용적 제도'를 가진 국가는 번영하고, '착취적 제도'를 가진 국가는 빈곤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실증
- 그는 기술 발전 방향이 사회의 제도적 구조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으며, AI 혁명 시대에도 기술의 방향성은 시장의 힘, 사회적 규범, 정치적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고 주장
○ 2025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Joel Mokyr는 현대 경제 성장의 근원을 기술 지식과 제도의 상호작용에서 찾음
- 오늘날 국가 간 빈부 격차는 기술 보유 여부보다 기술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역량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결론지음.
□ 자본주의의 다양성(VoC) 이론
○ Hall & Soskice(2001)의 자본주의 다양성(VoC) 이론은 자본주의 체제를 두 가지 이념형으로 구분
- 이 이론은 거시제도와 혁신 특성 사이의 인과관계를 명시적으로 연결
- 혁신연구에서 차용해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
비교 범주
자유시장경제(LME) - 미국
조정시장경제(CME) - 독일/일본
노동시장
유연한 고용, 높은 인력 유동성
종신고용, 연공급, 낮은 이직률
교육·훈련
대학 중심 일반 교육
이원직업훈련, 산업특수 숙련 축적
금융시스템
주식시장, VC 발달 (직접금융)
은행 대출 중심 (간접금융)
기업 지배구조
주주 자본주의, CEO 강한 권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합의 경영
혁신 패턴
급진적 혁신 → IT·BT 신산업
점진적 혁신 → 제조업
4. 한국 혁신체제의 제도적 특징
○ 한국은 VoC 이론의 어느 유형에도 속하지 않는 '혼종(hybrid) 자본주의' 국가
- 1960~70년대 발전국가 체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혁이 중첩되면서 CME와 LME의 요소가 제도 영역별로 상이하게 혼재
□ 7개 제도 영역의 혼종적 특징
제도 영역
CME적 특징
LME적 특징
노동시장
대기업 정규직: 연공급·종신고용
비정규직 확산, 높은 이직률
금융시스템
간접금융 비중 유지, 재벌 내부자본
외국인 투자 개방, VC 산업 발달
교육·직업훈련
국가 주도 교육과정 표준화
사교육 시장 팽창, 고학력화
기업 지배구조
재벌 집중 소유구조, 내부자 통제
사외이사제, 주주행동주의 도입
대-중소기업 관계
장기 수직 계열화 협력
불균등 권력 관계, 기술 탈취
규제 체계
포지티브 규제, 발전국가적 개입
규제샌드박스 등 부분적 자유화
정부의 역할
발전주의적 산업정책 지속
금융·노동 신자유주의화
□ 노동시장: 내부자-외부자 이중구조
○ 한국 노동시장의 핵심 문제는 약 44%의 '절대적 내부 노동시장'(임금·안정성 모두 높음)과 약 31%의 '절대적 외부 노동시장'(모두 열악함)이 공존하는 극단적 이중화. 임금 격차는 300인 이상 정규직 대비 5인 이상 비정규직이 29% 수준
□ 금융시스템: LME-CME 하이브리드
○ 1997년 외환위기 이후 IMF 구조조정을 거치며 외국인 투자 개방, 주주 자본주의 도입 등 LME 요소가 이식됨
- 재벌의 내부자본시장, 정책금융 기관, 국민연금의 장기 보유 성향 등 CME적 잔재가 공존하는 복합 구조를 유지
□ 규제 체계: 포지티브 규제의 구조적 경직성
○ 한국의 포지티브 규제 시스템은 법령에서 허용된 행위만 가능한 '열거 허용-원칙 금지' 구조
- 이 체계는 대통령 5년 단임제에 따른 정책 불연속성, 중앙집권적 국가의존 법문화와 결합하여 신산업 진입을 구조적으로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
5. 제도적 전환을 위한 사고 실험: 7개 영역
○ 본 연구는 제도 변화의 가능성과 장애물을 검토하는 사고실험 방법론을 채택
- 경로의존성, 제도간 상호보완성, 이해집단 반발, 조직 역량 부족, 문화·인식의 관성 등 5가지 장애물 유형을 기준으로 각 제도개선 방안의 실현 가능성과 부작용을 검토
□ 벤처캐피탈 제도 일원화
○ 현재 중소벤처기업부 감독의 벤처투자회사(VC)와 금융위원회 감독의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로 이원화된 구조를 단일 감독 체계로 통합하는 방안
구분
내용
목적
규제 일관성 확보, 행정 효율화, 글로벌 LP 유치 경쟁력 강화
주요 장애물
부처 간 권한 조정 난항, 전문성 이전 비용, 문화 충돌(육성 vs 감독)
실현 가능성
낮음 → 완전 통합보다 단계적 규제 조화 방식이 현실적
우려 부작용
초기 투자 위축, 정책 목표 희석, 감독 사각지대 발생
□ 스타트업 지배구조 개혁
○ 창업자 1인 지배 구조에서 이사회 중심 경영으로 전환하기 위해 VC 경영지배 투자 허용, 이해관계인 연대보증 폐지, 코스닥 대주주 지분 요건 완화, 모태펀드 거버넌스 조건 강화 등 4가지 패키지 조치가 필요.
○ 핵심 장애물은 '창업자=오너'라는 인식의 관성과 4가지 조치의 동시 추진 필요성(부분 개혁 시 제도 부정합 심화).
- '창업자 갑질' 스캔들 증가로 개혁 공감대가 일부 형성되어 있으나 범부처 조율이 필수적이어서 실현 가능성은 중간 수준
□ 코스닥 상장제도 개편
○ 과거 실적 기준 심사 중심에서 시가총액 기준 유지 + 증권사 자율상장 + 집단소송 강화의 나스닥형 사후 감독 모델로 전환
- 쿠팡의 나스닥 상장 사례가 보여주듯 국내 유망 스타트업의 해외 상장 선호 현상을 해소하고 VC 회수시장 확대가 목적이다.
○ 실현 가능성: 단기 전면 도입 불가 → 3단계 점진적 도입 경로(기술특례 완화 → 자율심사 시범 → 실적요건 단계적 폐지)가 현실적
- 중요한 선결 조건은 금감원의 감독 역량 강화와 집단소송 제도의 실효적 정비
□ 노동시장 이중 제도 개혁
○ 고용보호 입법(EPL)을 완화하되, 장기고용 인센티브를 세제에 내장하는 방식으로 CME적 숙련 축적과 LME적 유연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안
- 기본 구조는 '해고 자유화 → 장기 안정 고용 선택 기업에 법인세 감면, 단기 유연 고용 선택 기업에는 실업급여 부담금 증가'
○ 가장 강한 장애물은 '정규직=안정=성공'이라는 사회 규범과 개혁 수혜자(스타트업·IT 기업)의 정치적 조직력 부재
- '안전망 확충 선행, EPL 완화 동시 진행'의 패키지 딜이 입법화의 필수 조건
□ 대-중소기업 관계 개선
○ 정보 비대칭 해소를 위한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 도입과 고의적 불공정 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 적용이 핵심
- 이 두 제도가 결합하여야 실질적 억지력이 발생하며, 단독 도입 시 효과가 반감
○ 법조계의 영미식 증거 공방 문화 저항, 법원·공정위의 e-Discovery 역량 부족, '법적 분쟁=관계 파탄'이라는 거래 문화가 주요 장애물
- 입법 가능성은 높지만(사회적 공감대 존재) 실질적 효과 구현까지는 장기적 역량 구축이 필요
□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체계로의 전환
○ '허용 목록에 있는 것만 가능(포지티브)'에서 '금지 목록에 없는 것은 모두 가능(네거티브)'으로의 규제 패러다임 전환
- 전면 일괄 전환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신산업·플랫폼·데이터 분야부터 순차적으로 전환하는 10~20년 장기 과제로 접근해야 함
○ 성패는 사후 감독 체계의 역량 구축과 피해 구제 제도의 선행 정비에 달려 있음
-. 규제 공백 발생, 기득권 기업의 네거티브 목록 로비(역설적 기득권화) 등의 부작용 우려
□ 정부의 역할: 조율국가 모델
○ 발전국가(직접 통제)도 신자유주의(시장 방임)도 아닌 '조율국가(Orchestrator State)'로의 전환을 제안
- 정부가 민간·시장·기술 생태계의 방향 설정자이자 조율자 역할을 수행하는 모델로, 독일의 미텔슈탄트 정책, 핀란드 국가혁신시스템, 미국 DARPA형 R&D, 대만 ITRI를 절충한 형태
정부 역할 변화 방향
내용
[1] 발전주의 → 조율자
특정 산업 직접 통제에서 민간 주도 성장 조율로 전환
[2] 관료 행정 → 사회정치적 합의
행정부 중심에서 숙의·정당정치 기반 실행으로
[3] 부처 할거 → 플랫폼 행정
데이터 공유 기반 범부처 실행력 제고
6. 사고 실험 종합: 장애물 분석
○ 7개 제도 영역의 사고 실험을 통해 도출된 장애물들은 크게 두 가지 그룹
□ 그룹 A: 사람과 조직의 문제
○ 경로의존성, 조직 역량 부족, 문화·인식의 관성이 이 그룹에 해당
- 하나의 제도 경로가 오래 유지되면 관련 조직 역량, 인적자원, 문화도 그 경로에 고착화
- 예를 들어 VC 제도 일원화 시 금융위의 스타트업 전문성 부재, 코스닥 개편 시 금감원의 회계감리 역량 한계(역량 구축에 최소 5~10년 소요), 스타트업 지배구조 개혁 시 독립 사외이사 풀 부재 등이 이에 해당
□ 그룹 B: 제도 간 관계의 문제
○ 제도의 상호보완성에서 비롯되는 문제로, 세 가지 하위 유형이 존재
○ 제도적 공백: 제도 통폐합 과정에서 기존 기능이 일시 소실(예: VC 통합 시 신기사의 대출·보증 기능 공백)
○ 제도의 부정합: 상호보완적 제도들을 함께 바꾸지 않을 때 발생(예: 스타트업 지배구조 4가지 조치 중 일부만 시행 시 창업자-VC 간 힘의 불균형)
○ 제도의 불균형: 부분적 개혁으로 이해관계자 간 권력 균형 붕괴
□ 실현 가능성 및 부작용 종합 평가
제도 개선 영역
실현 가능성
핵심 선결 조건
VC 제도 일원화
낮음
단계적 규제 조화 → 장기 통합
스타트업 지배구조
중간
범부처 동시 추진, 사외이사 풀 형성
코스닥 상장 개편
중간(점진적)
금감원 역량 강화, 집단소송 정비
노동시장 개혁
중간(조건부)
안전망 확충 선행 + EPL 완화 패키지
대-중소기업 관계
입법은 높음/효과는 낮음
집행 역량 구축, 보완 제도 동시 설계
네거티브 규제 전환
낮음(장기 과제)
분야별 순차 전환, 사후 감독 역량
정부 역할 전환
중간(정치적 불확실)
사회적 합의, 독립 평가 기구
7. 결론 및 시사점
□ 한국 혁신체제에 대한 시사점
○ 한국은 제조업 강국으로서 독일·일본식 CME 제도의 유산을 보유하면서도 1997년 이후 미국식 LME 요소가 이식되어 혼종 자본주의 구조를 형성
- 이 혼종성은 약점이자 강점. 제조업이나 신산업 어느 하나만 보면 한국은 2등 국가이지만, 두 방향 모두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제도적 유연성 측면에서는 가장 앞서있을 수 있음
○ 세 가지 메가 트렌드를 반영한 제도 전환의 방향은 다음과 같음
- ① 디지털 전환 대응을 위해 스타트업 생태계 관련 제도를 LME 방향으로 강화
- ②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중소기업의 수평적 관계 등 CME 강화
- ③ 발전국가의 레거시 중 선진국에 맞지 않는 제도와 관행은 폐기
□ 혁신체제 연구에 대한 시사점
○ 기존 과학기술정책 연구에서 제도는 부차적으로 다루어졌으며, 특히 노동시장·금융시스템·기업 지배구조 등 거시제도와 혁신 패턴의 인과관계를 다룬 연구는 거의 없었음
○ 본 연구는 VoC 이론이 '특정 산업의 혁신을 촉진하려면 어떤 제도가 필요한가?'라는 혁신정책의 핵심 질문에 유용한 이론적 자원을 제공함을 확인
□ 연구 방법론에 대한 시사점
○ 본 연구는 제도 연구에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 방법론을 적용
- 자연과학·철학 등에서 활용되어 왔으나 공공정책 분야에서는 사례가 드문 이 방법론은, 제도 개선 과정에서 만날 장애물을 미리 일별하고 실현 가능성·기대효과·부작용을 종합 검토함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유용한 도구임을 확인
○ 사고실험은 엄밀한 실증 방법론이 아니어서 정책의 직접적 근거가 되기는 어렵지만, 더 엄밀한 근거가 필요한 이슈들을 추려내는 '기초 탐색 작업'으로서의 가치가 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