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
연구보고서
부동산 PF 구조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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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초록
- 2022년 레고랜드 사태가 발발한 이후 최근까지 부동산 PF는 금융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우리 경제 전체의 중대한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PF 위기는 단발성 위기가 아니며 지난 십수 년간 약 10년 주기로 반복된 위기이다. 2011년 저축은행의 대규모 뱅크런 사태도 부실 PF 대출이 주된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PF 위기는 문제의 원인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소해야 할 것인가?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방안에는 무엇이 있고, 이러한 정책방안의 경제적 효과는 어떠하며, 주요국의 사례나 우리나라의 제도적 상황 및 산업적 상황을 고려할 때 쟁점은 무엇인가? 쟁점에 대한 적절한 대응방안은 무엇인가? 본 연구에서는 이와 같은 다양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종합적인 제도연구 및 실증연구를 수행함으로써 부동산 PF의 구조를 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본 연구는 크게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제1장에서는 부동산 PF의 구조를 설명하고 문제의 원인이 저자본⋅고보증 구조에 있음을 진단한 후, 저자본⋅고보증 구조를 개혁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방안을 논의한다. 제2장에서는 PF 사업에서 자기자본이 낮은 것이 어떠한 문제를 일으키는지 밝히기 위해 부동산 PF 사업장별 자료를 활용하여 심도 있는 실증분석을 수행한다. PF 사업장별 자료는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제2장의 실증분석은 학술적, 정책적 의의가 높다고 판단되나, 여기서 사용된 자료는 PF 사업의 착공 이전 단계에서 시행사가 계획한 재무자료를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착공 이후 실제로 PF 사업의 최종적인 성과를 추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제3장에서는 미국의 PF 사업장별 자료를 분석하여 자본구조와 최종 단계의 성과가 어떠한 관련성이 있는 규명함으로써 제2장의 분석 결과를 보완하였다. 제1장부터 제3장에서는 부동산 PF 산업의 구체적인 특성을 고려하여 미시적인 분석을 수행하였으나, 부동산 PF에 대한 건전성 규제의 변화는 거시적으로 부동산 공급이나 경기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이다. 제4장에서는 거시경제모형을 분석하여 부동산 PF 규제 변화가 어떠한 거시경제적 함의를 갖는지 밝힌다. 아래의 내용에서는 이러한 맥락에서 각 장을 요약하고 있다.
[제1장] 해외 주요국과 비교할 때 국내 PF의 가장 두드러진 차별점은 극히 낮은 자기자본비율, 즉 ‘저자본 구조’에 있다. 일반적으로 선진국의 PF는 시행사가 재무적 투자자와 함께 총사업비의 20~40% 수준을 자기자본으로 조달하고, 나머지를 PF 대출로 충당한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자기자본은 약 3% 수준에 불과하며 재무적 투자자 유치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구조에서 금융기관은 시행사의 재무구조를 면밀히 평가하기보다 대형 건설사, 신탁사, 증권사 등이 제공하는 책임준공확약이나 지급보증에 의존하여 대출을 집행한다. 결과적으로 위험 관리의 중심이 시공사 보증에 집중되는 구조적 취약성이 발생한다. 이러한 배경을 토대로 제1장에서는 국내 부동산 PF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고, 구체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본⋅고보증 구조는 사업성 평가 부실, 묻지마 투자, 변동성 확대를 통해 결국 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하면서 위험을 사회화한다. 금융기관은 주로 보증에 의존하여 사업의 타당성을 면밀하게 평가하지 않고 PF 대출을 집행하기 때문에 금리 급등이나 분양시장 침체 등 외부 충격이 발생하여 PF 사업의 사업성이 하락하면 부실이 확대될 수 있다. 이러한 리스크는 보증이라는 채널을 통해 금융회사에서 시공사로 전이된다. 즉, 금융업과 건설업을 포괄하는 시스템 전반으로 PF발 리스크가 확대되어 소위 시스템 위기를 초래하는 것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은 시행사와 재무적 투자자가 공동으로 자본을 투입하고, 연기금⋅기관투자자 등 장기 자금을 활용하여 자금 조달 구조를 다변화하며, 독립적인 외부 평가와 엄격한 심사 절차를 통해 사업 건전성을 담보한다. 이와 같은 구조는 자기자본이 일정 수준 확보되어 있어 금융기관이 보증보다는 사업성 자체를 기준으로 대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을 형성한다. 반면, 국내에서는 저자본 구조와 시공사 보증 의존이 고착화되면서 금융기관의 사업성 심사 기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충격 발생 시 위험이 특정 주체에 집중⋅전이되는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다.
따라서 향후 제도의 기본 방향은 자기자본 확충과 보증 의존 축소를 중심으로 한 구조 전환에 두어야 한다. 무엇보다 시행사의 자기자본 투입 확대를 유도하는 정책이 중요하다. 토지 현물출자에 대한 과세 이연과 자기자본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부여하여 시행사가 자발적으로 자본을 확충할 유인을 높여야 한다. 또한 재무적 투자자의 참여 확대 역시 핵심 과제이다. 연기금⋅기관투자가 등 장기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러한 제도 변화와 관련해서 세부적으로 고려할 사항이나 쟁점도 존재한다. 적정한 자기자본비율은 무엇인가? 이러한 자기자본비율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점진적인 접근방식이 필요한가? 자기자본에는 어떤 항목이 포함되어야 하는가? 시행사가 확보한 토지나, 우선주, 후순위채, 시공사의 대여금 등도 자기자본으로 포함해야 하는가? 또한 자기자본 확충을 요구하면 시행사는 소위 에쿼티 대출을 받아서 자금을 마련한 후 이를 자기자본 투입을 위해 사용하는데, 이는 결국 에쿼티를 부채로 조달하는 셈이므로 실효성이 없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에쿼티 대출이 존재하는 경우에도 자본확충 정책은 의미를 갖는가? 본 장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쟁점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논의를 제공한다.
[제2장] 이론적으로 저자본 구조는 시행사의 영세성, 사업성 평가 부실, 묻지마 투자 문제, 시스템리스크 확대 등 다양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지만, 이러한 문제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연구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가장 큰 이유는 국내 부동산 PF 사업장별 자료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PF 사업은 금융과 부동산의 접점이다. 따라서 어느 한 부처가 일관성 있게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거나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상세한 사업장별 정보는 시행사의 영업비밀이라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측면도 있다. 따라서 사업장별 자기자본비율이 몇 %인지 통계적으로 확인된 바도 없다.
그러나 본 연구는 국내 부동산 PF 사업장별 자료를 확보하였다.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를 담당하는 대규모 평가기관과 배타적 계약을 맺고 2013년부터 2025년 1월까지 사업성 평가가 이루어진 약 800개 PF 사업장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구득하였다. 자료 조사 결과, 자기자본비율은 중간값이 3%인 것으로 나타나 통상적인 인식에 부합했다.
본 연구는 상기 자료를 활용하여 자기자본비율이 부동산 PF 사업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부동산 PF 사업의 리스크는 다양한데 그중에서 특히 분양 리스크, 금융 리스크, 공사비 리스크가 주요 위험 요소이다. 국내 부동산 개발사업은 임대나 매각형보다는 분양형이 많은데, 분양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부동산 개발 수익이 부족하여 부동산 PF 대출을 갚지 못하므로 사업이 실패하고 만다. 금융비용이나 공사비용이 높으면 금리 인상이나 공사비 상승 등 외부 충격이 발생할 때 마찬가지로 사업이 좌초될 수 있다. 실증분석 결과, 자기자본비율이 증가하면 이러한 분양 리스크, 금융 리스크 및 공사비 리스크가 모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자기자본비율이 부동산 PF 사업의 총사업비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하였다. 총사업비는 토지비, 공사비, 금융비용, 기타비용으로 구성되는데, 이러한 비용이 줄어들수록 아파트, 상업용 빌딩, 물류센터 등 경제적 수요가 있는 부동산을 보다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 분석 결과, 자기자본비율이 상승할 때 공사비, 금융비용 및 기타비용이 모두 통계적, 경제적으로 유의한 수준으로 줄어드는 반면 토지비는 특별한 변화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 총사업비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국내 부동산 PF의 저자본 구조를 해소하면 건전성과 공급비용 측면에서 부동산 PF 사업이 개선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보다 안전하게 보다 낮은 비용으로 주택 등 중요 건축물을 공급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당해 분석 결과는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부동산 PF 자본확충 정책이 바람직한 방향성을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
[제3장] 본 장은 제2장에 대한 보완적인 연구의 일환으로서 미국의 부동산 PF 사업장별 자료를 MSCI를 통해 확보하여 재무구조가 부동산 PF 사업의 최종적인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분석한다. 미국 자료를 이용한 이러한 연구는 (1) 자료상의 한계를 보완한다는 장점 외에도, (2) 미국이 세계 최대의 선진화된 PF 시장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실증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부채비율 지표인 LTV가 증가할수록 PF 사업의 부실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론적으로는 LTV와 부실확률 사이에 양의 관계도 음의 관계도 존재할 수 있다. 부채가 많을수록 원리금이 많아져서 상환에 실패하고 부실에 빠질 가능성이 크므로 양의 관계가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사업의 내재적인 위험성이 낮을수록 금융기관은 보다 많은 대출을 보다 낮은 금리로 제공할 유인이 있으므로, 부실확률은 낮고 부채는 많은 음의 관계도 성립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양의 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하였다.
두 번째 실증분석 결과는 LTV가 증가할수록 부실 가능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부실 발생 이후 회복될 가능성도 낮아진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은 부동산 PF 위기로 인해 다수의 사업장이 부실화되면서 금융당국의 주도하에 재구조화, 경공매, 상각, 수의계약 등의 방식으로 부실 정리 및 회복에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구조조정이 성공하여 부실사업장이 회복될 수 있다면 금융불안이 줄어들고 실물경기 회복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기 분석 결과는 LTV가 높을수록 부실 후 회복 가능성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음을 보였다.
셋째, 실증분석 결과, LTV가 높을수록 준공 이후 리파이낸싱이나 매각 등 사후 거래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줄어드는 경향이 발견되었다. 사업주체의 입장에서 사업성이나 위험도는 해당 사업이 완료된 후 성공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사업에서 최종적으로 이탈(exit)할 수 있는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준공 후 단기 고금리 대출인 PF 대출을 장기 저금리 대출인 영구대출로 리파이낸싱하거나, 사업장을 제3자에게 성공적으로 매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증분석 결과, LTV가 높을수록 사후 거래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부채의존도는 부실확률을 높이고 부실 후 회복 가능성을 낮출 뿐 아니라 사업 종료 후 성공적인 이탈(exit) 가능성도 낮추는 등 다방면의 위험을 초래하는 것이다.
[제4장] 한국의 부동산 PF 시장은 극단적인 저자본, 고레버리지 구조와 함께 비은행금융기관(NBFI)에 편중된 신용공급이라는 구조적 취약성을 내포하고 있다. 현재 국내 주택 PF 대출의 약 70%를 저축은행, 캐피탈, 증권사 등 NBFI가 담당하고 있는데, 이는 엄격한 자기자본 규제를 받는 은행과 달리 NBFI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환경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규제 비대칭은 규제 차익을 노린 신용이 감독의 사각지대로 이동하는 배분 왜곡을 초래하였으며, 실제로 2022년 이후 금리 인상 국면에서 전체 금융권 PF 연체율이 0.37%에서 4.39%까지 급등한 것은 이러한 구조적 위험이 현실화된 사례로 볼 수 있다.
본 장에서는 부동산 PF 규제가 금융중개기관을 통해 시행될 때 신용배분과 실물경제에 어떠한 거시적 파급효과를 미치는지 분석하기 위해 동태확률일반균형(DSGE) 모형을 구축하였다. 분석 모형은 Bernanke, Gertler, and Gilchrist(1999)의 금융가속기 틀에 Zhang(2020)의 이원적 금융중개기관 구조를 도입하였으며, 생산 부문을 일반 사업 대출 부문과 주택사업 관련 대출 부문으로 분리하여 한국적 특수성을 반영하였다. 특히 일반 사업에 대한 대출은 주로 은행으로부터 이루어지지만, 주택사업에 대한 대출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NBFI가 활발하게 참여하는 ‘금융-실물 교차구조’를 명시적으로 설정함으로써, 동일한 규제 강화라도 어느 기관을 통해 작동하느냐에 따라 거시경제 효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정밀하게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금융기관에 대한 자기자본비율 규제 강화는 단기적으로 실물 변수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며, 주로 금융중개기관 간 신용 재배분을 통해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자기자본비율이 일시적으로 상향될 경우 일반 사업 부문 신용은 위축되는 반면 NBFI를 통한 주택사업 부문 신용은 확대되는 대체효과가 발생한다. 그러나 NBFI에 대한 규제 강화는 주택 부문의 신용과 산출을 직접적으로 위축시키고 은행을 통한 대체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는 단기적 관점에서 규제 강화가 총수요를 급격히 축소시키기보다는 신용의 배분 구조를 재조정하는 기제로 작용함을 시사한다.
보다 유의미한 차이는 항구적인 규제 변화가 발생할 때 나타난다. NBFI의 자기자본비율을 항구적으로 상향할 경우, 제도 도입 초기에는 주택사업 부문의 대출과 산출이 일시적으로 감소하나, 금융기관의 자기자본 축적이 진행됨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주택 부문에 대한 신용공급 능력이 오히려 개선된다. 그 결과, 주택 재고가 증가하고 주택가격이 하락하며, 주택 부문의 확장이 일반 사업 부문의 소폭 위축을 상회하여 경제 전체의 총산출이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반면, 레버리지 자체에 지속적인 비용을 부과하는 규제비용 기반 규제는 단기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신용공급을 억제하여 총생산을 감소시키는 부정적 효과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