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
연구보고서
독일 통일 이후 사회통합 현황과 과제: 미국 사례와의 비교를 통해 본 정치양극화 시대 통일정책 함의
- 책임자 홍철기
- 소속기관통일연구원
- 내부연구참여자민태은
- 외부연구참여자장희경
- 발행기관 통일연구원
- ISBN9791165892197
- 출판년도2025
- 페이지183
- 보고서유형 기본연구보고서
- 연구유형 기초
- 표준분류 국제통상 및 외교안보 > 남북관계·북한·통일
- 자료유형연구보고서
- 공공누리유형 4유형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 주제어대북제재, 제재 효과, 북한 주민, 민생, 리질리언스, 제재 부작용, 권위주의 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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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초록
- 본 연구는 정책이나 엘리트 중심의 틀에서 탈피하여 ‘피제재국 주민의 시각’에서 제재의 충격 및 대응 과정을 모색하고, 이를 토대로 대북제재의 효과를 입체적‧종합적으로 도출하는 데 있다. 이 보고서에서 의미하는 대북제재 효과는 ‘주민 생계’에 미치는 영향으로 한정하였다. 즉, 대북제재가 가계의 소득, 물가 및 소비에 미친 영향이다.
그 이유는 제재 효과를 분석할 때 제재를 가하는 ‘제재 발의국(sender state)’의 입장 못지않게 실제 제재를 받는 ‘제재 대상국(target states)’의 입장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 국민은 체제를 변화시키는 직접적인 주체와 동인이 되는 동시에 체제를 유지하는 주요 근간이다. 실제로 1990년대 북한은 경제난과 더불어 국가 배급 제도가 붕괴하는 위기에 직면했었지만, 북한 주민은 국가나 국제 지원에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장마당이라는 새로운 비공식 제도를 창출하여 생존을 더욱 강화하였으며, 이는 오늘날 북한 주민의 위기를 완화하고 생존을 지속하는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변화는 환경변화에 따라 행위자가 동태적으로 적응 및 진화한다는 진화경제학적 관점에서 북한 사례를 해석할 수 있는 하나의 근거를 제공한다. 따라서 제재 효과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제재 발의국이 설계한 제재의 내용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제재 대상국의 반응과 대체 능력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제재 대상국 주민 개개인의 생존과 생활이라는 관점에서 주민 차원의 충격과 적응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순서대로 장을 구성하였다. 우선 제Ⅰ장 서론을 시작으로 제Ⅱ장에서는 대북제재를 둘러싼 이론 및 선행연구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북제재를 둘러싼 쟁점을 도출하고자 하였다. 즉, 대북제재가 강화되면서 그 효과를 둘러싼 연구가 적지 않다. 문제는 기존 연구의 대부분이 제재를 가하는 제재 발의국의 관점에서 논의가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정책의 효과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제재 발의국이 아닌 제재로 인해 제재 대상국이 선택하는 경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연구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 결과는 당국의 정부 의도와 전략을 보여주지만, 실제 주민의 삶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 설령 민생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해도 제재가 민생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에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따라서 이 연구는 주민의 반작용도 함께 연구에 포함하고자 하였다.
제Ⅲ장에서는 주로 공식 무역통계 자료에 기초하여 거시적 측면에서의 제재 충격 및 이에 따른 북한 당국의 대응 과정을 살펴보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2016년 이후 발의안은 북한에 유례없는 가장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이러한 효과가 무역통계에 반영되었는지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2016년 이후 무역 규모가 급감하였으며 이는 무엇보다 수출 부문에서 부각이 되었다. 북한의 수출 구조는 몇 개 품목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러한 수출품에 대한 금수조치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에피소드별로 북한은 다양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였다는 점이다. 현금 자산을 비축하는가 하면 수입 감소를 통해 긴축 재정에 돌입했다. 이와 동시에 다양한 대체 방안이 나타났는데, 주요 무역 대상 국가를 변경하거나 비제재 품목에 집중하여 제재를 우회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그러나 한편, 밀수와 비공식 등 불법과 회색 지대의 경제가 증가되는 점 또한 대북제재 강화 기간 나타난 북‧중 무역의 대응 방안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제Ⅳ장에서는 문헌이나 통계 분석 이외에도 북·중 국경 지역 현지답사, Google Earth 위성 자료 및 북한이탈주민 25명에 대한 심층 면담, 나아가 구조화된 설문조사를 통해 민생의 차원에서 제재 효과를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제Ⅳ장에서는 제Ⅲ장 무역통계 등 외부 지표만으로 체감하기 어려운 북한 주민의 실제 경험, 생활 고충 및 적응 능력 등 현실적인 상황을 도출할 수 있었다.
첫째, 북한 주민의 삶에서 대북제재는 일시적 충격요인이라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반복되어 온 환경의 일부로 인식되었고, 그에 따라 제한적인 수준에서 적응과 대비가 이루어졌다. 따라서 제Ⅲ장 무역통계 분석에서 에피소드별로 제재의 충격이 차별적으로 나타났으며, 이에 따라 당국 역시 시기별로 상이한 대응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시기별로 비축, 긴축, 대체 전략 등이 다르게 나타났다. 반면에 제Ⅳ장 면담 중심의 분석에서는 제재가 가계에 미친 영향을 에피소드별로 명확히 구분하여 도출하기 어려웠다. 제재가 본격적으로 강화된 시점이 2016년 이후였으나 주민은 제재에 대해 이미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인지해왔기 때문에 이를 단기적이나 예외적인 조치로 인식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개별 가계 차원에서는 제재에 대해 비교적 비탄력적인 반응으로 관찰되었다. 오히려 제재보다도 국가 통제가 가계에 예측 불허의 위험(Risk) 변수면서도 개인 삶에서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용했으며, 이에 대해서는 더 탄력적인 대응이 이루어졌다. 단적인 사례로 코로나-19가 대북제재보다 생계를 위협하는 요인이었다고 체감하는 지표의 반응이 컸다. 이때 당국의 국경 봉쇄 조치는 가계의 소득, 물가 및 소비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북한 주민은 생계 수단을 잃고 주요 소비품 물가는 폭등하여 긴축에 돌입해야 했다. 따라서 제재가 목표 달성 또는 체제를 변화하거나 생계에 변화를 촉진했는지에 관해서는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크다고 답변하는 사례가 조사되었다. 제재로 인해 지도자와 권력층의 수익이 감소하면 이들은 기존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주민으로부터 더 많은 재원을 착취·약탈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북한이탈주민은 당국이 약간의 경제적 자유만을 허용한다면 제재 속에서도 지금보다 더 잘 살 수 있다고 답했다.
둘째, 그럼에도 이러한 대북제재의 부작용이 반감되는 이유는 주민 차원에서의 대응 능력에 있었다. 이들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혹독한 기근과 두 차례의 화폐교환을 경험하였기 때문에 이는 삶의 교훈으로 되돌아왔다. 이에 위기에 대비하여 다양한 습관들이 몸에 체득되었는데, 우선 소극적인 긴축의 방식을 넘어서 비축과 저축의 행위가 조사 결과 밝혀졌다. 즉, 가능하다면 최소 1년분의 식량과 연료를 비축하였으며 현금은 가치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외화로 저장하였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비축 및 저축의 수단을 단순히 저장의 형태를 넘어서 투자 혹은 투기 형태로 바꾸어 자산을 적극적으로 증식하고자 하였다. 즉, 개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계 수단이 다양하였는데, 이는 도시 주민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지만 비단 도시 주민에만 국한된 행위가 아니었다. 예를 들어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농촌 거주자는 농사에만 전념하지 않고 일정 자본을 투자하여 비닐하우스도 짓고 가축도 키우고 버섯 철에는 산에 가서 버섯을 캐는 등의 외화벌이에도 접근하여 부수입을 올렸다. 대북제재로 인해 품목의 판로가 막히면 다른 품목에 도전하거나 밀수 등 우회의 방법도 찾았다.
셋째, 대북제재나 당국의 통제가 강화되어도 뇌물을 통해 국가 통제를 돌파하였다. 이는 사례 조사에서 주민 생계비에서 투자 관련 비용이 증가할수록 뇌물의 비용도 함께 증가하는 현상을 통해 알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았을 때 관료들의 수탈적 행위가 일상화되고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하고 거래 비용을 상승시키는 등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중간 관료와의 친분 관계를 자원으로 활용하여 결국 비법을 합법으로 이끌어내고 북한경제에서 비공식 경제를 확대하는데 일정 정도 기여했다면 이러한 행위는 주민 적응 능력의 하나로 볼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실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북한의 장마당은 농민시장 이외의 시장은 모두 당국이 인정하지 않는 불법 시장이었다. 그러나 현재 북한의 시장은 종합시장을 비롯하여 금융, 물류·유통 등 다양한 방면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으며 그 배경에는 주민의 이러한 대응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결국 대북제재의 장기화는 북한의 정책 변화를 유도하기보다 북한 주민의 생활 여건을 악화시키고 그 속에서 생존 적응을 촉발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주민의 회복력 향상은 제재의 성공이 아니라 제재가 만들어낸 제약 환경에 대한 사회 내부 적응 구조를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므로 마지막 제Ⅴ장 결론에서는 요약·정리하고, 이를 토대로 다음과 같이 정책적 시사점 도출 및 정책적 제언을 하였다.
첫째, 제재의 방향성에 대한 성찰의 필요이다. 이는 제재의 근본 취지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 차원에서 나타나는 적응과 회복 메커니즘을 고려하여 제재의 설계와 집행 방식을 보다 정밀화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 주민 영향 최소화와 인도적 고려 병행이다. 이는 제재의 집행 과정에서 주민의 생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인도적 지원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병행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셋째, 제재와 교류의 병행적 접근이다. 제재만으로는 북한 사회 내부의 변화를 촉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제재와 제한적 교류를 병행하는 균형적 접근이 요구된다. 특히 정보, 기술, 교육, 문화 등 비정치적 영역에서의 점진적 교류는 북한 사회의 리질리언스를 단순한 ‘생존형’에서 개방형‘으로 전환시키는 중요한 통로가 될 수 있다. 넷째, 실효성 평가와 국제 공조의 정비이다. 제재의 효과를 장기적으로 평가하고 국가별 이행 수준과 영향 평가를 공유하는 국제 공조 체계의 강화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북한과 같은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대중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경제제재의 부담을 쉽게 주민에게 전가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주민을 수동적 존재로 전제할 위험이 있다. 본 연구의 분석 결과, 주민의 차원에서는 제재와 같은 외부 충격에 대응하는 다양한 적응 능력과 일정 수준의 내구성이 확인되었다. 북한 주민이 체제 유지의 내구력을 가진다는 의미는 이들이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주체적으로 생계 전략을 구성하고, 비공식적 시장 질서를 형성할 수 있는 역량을 축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인적 자본은 향후 북한이 시장경제적 방향으로 전환, 발전해 나가는 데 있어 중요한 토대가 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장기적 관점에서의 육성 방안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주민 차원의 역량과 적응을 정책적으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제재의 영향을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본 연구는 연구원 중심의 ‘제재 영향 평가단’을 구성하여 정량적 및 정성적 방식을 통해 제재 영향과 관련된 민생지표개발(SELI: Sanction Effect on Livelihood) 및 제재 영향 평가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이를 통해 제재의 부작용으로부터 일반 주민을 보호하고, 한국 정부의 인도적 지원 정책을 제도화하며,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강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