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성과
연구보고서
복합위기 이후 북한의 새로운 대내외경제 전략 연구
보고서명(영문)North Korea’s New Domestic and International Economic Strategies in the Post-Polycrisis 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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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초록
- 북한의 경제정책과 대내외 전략이 변화하고 있다. 북한은 2016~17년 UN 대북 제재 강화, 2019년 북미 대화 결렬, 2020년 코로나19 국경 봉쇄 등으로 인해 이른바 삼중 고립 국면에 직면하였다. 이 과정에서 경제적·외교적·물리적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복합위기를 겪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북한은 중앙집권적 관리 체계 강화와 특정 분야 자원 집중을 통해 위기 극복을 모색하는 정책적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본 연구의 목적은 2019년을 전후하여 북한이 당면하였던 복합위기의 특징과 북한경제에 대한 영향을 분석하고, 이에 대응한 새로운 대내외 경제전략의 내용을 규명하며, 위성자료(온도, 조도), 언론보도자료, 물가, 무역 통계 등을 활용하여 그 성과를 평가하는 것이다. 다만 연구 여건의 제약으로 본 연구는 북한의 새로운 대내외 경제전략 중에서도 생산, 소비, 대외관계 세 부분에 집중하였다.
본 연구는 크게 6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제2장에서는 북한이 직면한 복합위기의 특성을 ‘경제적, 외교적, 물리적 고립’으로 규명하고, 각 요인이 북한경제와 새로운 경제전략 도입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였다. 제3장은 새로운 대내외 경제전략의 법·제도적 변화와 지속가능성을 분석하였다. 제4장은 새로운 대내외 경제전략의 대내외 성과를 분석하였고, 제5장은 상업과 외화관리 정책의 효과를 통계적으로 검증하였다. 마지막 제6장에서는 새로운 대내외 경제전략의 지속가능성을 결론짓고 정책적 시사점과 정책 방안을 제시하였다.
본 연구의 차별점은 2021년 제8차 당대회 이후에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경제전략이 북한에 도입되었다고 평가한 부분에 있다. 본 연구는 이를 ‘사회주의전면 발전론’ 또는 ‘제2기 사회주의 경제개발 총력집중노선’으로 명명하였다. 이 전략은 대내전략과 대외전략으로 구분하여 살펴볼 수 있다. 대내경제전략은 다시 생산 부문과 소비 부문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생산 부문에서 중공업 중심의 불균형 성장 기조와 경제 부문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다소 모순적인 전략을 펴고 있고, 동시에 기업소와 농장에 대한 행정적인 관여와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소비 부문에서도 시장에 대한 통제와 국영 상업망 강화, 임금 인상, 외환시장 통제 등으로 사회주의적 유통 질서의 회복을 시도하고 있다.
본 연구의 또 다른 차별점은 새로운 대내외 정책의 효과에 대한 정량적인 분석에 있다. 이를 위해 제4장에서는 북러 협력의 경제적 성과를 평가하고, 북중 협력의 보완 가능성을 분석하였다. 구체적으로 △ 북중·북러 무역의 품목 및 규모 비교, RCA 분석, 수출가격 비교 등을 통해 경제협력의 구조적 특징을 살폈다. 또한 △ 불법교역, 군사협력, 해외 노동자 파견, 관광, 인프라 사업 등도 함께 검토하였다. 산업 생산 부문에서는 경제적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 금속·화학 산업의 성과를 중점적으로 분석하고, △ 로동신문 키워드 분석, 야간 조도 데이터 분석, 언론 보도 분석 등을 통해 ‘지방발전 20×10 정책’의 추진 성과를 평가하였다.
제5장에서는 가격, 소매마진율, 소비재 수입액, 위성 기반 시장활성도 지수를 활용해 상업 분야에 대한 경제적 성과를 평가하였으며, 외환관리 정책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보기 위해 환율 추세와 환율의 물가 전가 효과를 패널 ARDL 모형을 통해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대외경제 부문에서는 코로나19로 크게 위축되었던 북중 무역이 점차 회복되어 2024년에는 22억~23억 달러 규모에 이르렀다. 북러 무역은 규모 면에서는 작으나 곡물과 비료, 정제유 공급 부문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불법 석탄 밀수 및 해상 정제유 밀수입도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 협력에서는 중국이 팬데믹 기간에도 북한 노동자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수용하였고, 러시아 내에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대러 파견 노동자 수가 증가하였다. 북러 군사협력도 심화되어 북한경제에 일정한 완충 기능을 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북러 협력이 북중 협력을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생산 부문에서는 ‘지방발전 20×10 정책’에 따라, 공장 건설기간 동안 수혜 지역의 야간 조도가 약 24% 증가하는 긍정적 효과가 일부 확인되었다. 다만 이후 공장 가동에 따른 실질적인 성과는 에너지와 원자재, 숙련 인력 확보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기존 경공업 부문은 중앙 주도의 지방발전 정책에 따른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생산이 감소할 가능성도 엿보였다. 종합하면 경공업 생산 부문에서는 정책 성과와 함께 구조적 한계도 공존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소비 및 외환관리 부문에서는 양곡판매소 운영과 종합시장의 식량 판매 금지로 인해 쌀 등 필수품 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었다. 일반소비재는 가격이 급등하지는 않았으나 코로나19 이후 국경 재개방에도 불구하고 유통마진이 확대되어 유통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시장은 코로나19 시기 급락하였다가 2023년 하반기부터 다시 급등하는 추세를 보이는데, 환율 급등이 수입 소비재 가격에 전가되는 정도는 제한적이었다. 이는 시장환율이 무역 시 적용되는 환율과는 어느 정도 괴리되어 있을 가능성, 외화가 내화로 전환되지 않고 그 자체로 보관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북한의 새로운 경제정책은 단기적으로는 제한적으로 유지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구조적 취약성과 내재된 한계로 인해 지속되기 어려우며, 다양한 위험 요인에 노출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새로운 경제정책은 단기적으로는 외부 환경 변화(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기회 요인을 활용해 경제적으로 일시적인 완충 효과를 창출하였으나, 제도 기반 미비와 구조적 취약성, 대외 의존 심화로 인해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북러 협력은 러시아 내부 상황과 국제 정세에 좌우되어 불안정한 조건부 자원으로 존재하며, 금속·화학 산업 성과도 경기 부양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 안정적인 성장 기반 마련에는 한계가 있다. 지방공업 확장 정책은 원자재·에너지 공급 안정이 전제되어야 하며, 시장 통제 정책의 부작용, 생산 부문의 현실과 선전 간 괴리 같은 현상 역시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요인이다.
2026년 1월 제9차 당대회에서 북한은 새로운 5개년 경제개발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때 현 시기 경제전략의 보완 또는 전환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일정 성과가 확인된다면 자력갱생과 중앙통제 강화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나, 반대로 경제침체가 지속되면 기업·농장의 자율성 확대나 시장 기능 회복 등 일부 정책 조정이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정치·군사 상황이 악화될 경우 경제 전반에 대한 총력 동원 체제로 복귀할 수 있다.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측면에서는 남북 대화와 협력 재개 여건 마련을 위한 인도적 지원과 다자협력 채널 활성화가 필요하다. 또한 국제적 맥락을 활용하는 대북 관여 전략이 중요하다. 현재로서는 북한이 한국정부의 어떤 제안에도 반응하지 않고 있으므로,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 및 우방과의 공조하에 간접적인 설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북미 회담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중국과 러시아에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 대화 재개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지지를 확보함으로써 북한이 대남 전략을 수정하도록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