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보고서

보고서명UNESCO 참여연구 : 한국의 시험문화와 학습자에 대한 영향
  • 본 연구는 유네스코 방콕(UNESCO Bangkok), 아시아태평양 지역 교육부서(Asia and Pacific Regional Bureau for Education)가 수행하는 ‘시험문화(The culture of testing)’ 연구의 한국 사례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포괄하는 전체적 시험문화 지역연구에는 한국을 비롯하여, 일본, 중국(홍콩), 피지, 인도, 필리핀, 통가, 베트남, 방글라데시, 카자흐스탄의 총 10개국이 참여하였으며, 각 사례를 비교·분석한 종합보고서가 유네스코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유네스코 방콕 사무소는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있어서, 많은 국가들이 교육 정책의 핵심 주안점으로서, 또한 교육체계의 수행을 평가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학생의 학업성취를 증진하는데 애쓰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점점 증가하는 일종의 ‘시험문화(The culture of testing)’가 형성되는 것을 주목하여 왔다. 여기서 시험(testing)이란 ‘사람의 숙련도 또는 지식의 질이나 성과를 확립하고자 하는 절차; 학습자를 평가하는 행위’로 규정되며, 진학과 선발을 목적으로 활용되는 ‘고부담 시험(high-stakes exam)’을 뜻하는데, 이외의 덜 중요한 다양한 시험(low-stakes exam)이나 평가의 영향도 포함된다. 이 같은 ‘시험’의 수행을 둘러싸고 시험을 치르는 학습자 당사자는 물론, 학부모, 교사, 학교, 지역사회, 국가에 이르기까지 더 좋은 결과와 성과를 얻기 위해 생성된 접근과 방식은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기에 이르렀고 이는 이른바 ‘시험문화’로 명명되고 있다. 시험이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해 필요하다는 합리화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높은 점수에만 초점을 두는 현실은 전통적으로 품어왔던 시험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는 상황이며, 이러한 문화가 팽배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다양한 국가의 관련 현황을 탐색하고 보다 나은 교육을 위한 시험문화 개선방안을 모색해보는 일은 의미 있다 하겠다.
    이러한 맥락 하에서, 본 연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위치하는 국가 중 하나로서, 한국의 시험문화를 형성하는 사회문화적 동인을 탐색하고 이것이 학습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데 목적이 있다. 본 연구는 시험문화가 어떻게 교육 정책과 체제를 형성하며 이것이 다시 시험문화에 영향을 주게 되는지에 관한 다양한 측면과 인식을 탐구하고, 시험문화 개선을 위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시험문화’를 형성하는 사회적, 문화적 요인들은 무엇인가
    둘째, ‘시험문화’와 교육정책 및 실제와의 상호관계는 어떠한가
    셋째, ‘시험문화’는 학습자와 학습자의 성과(성취, 결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이상의 연구문제에 답하기 위해 본 연구는 문헌조사와 더불어, 전국의 학생, 교사, 학부모를 초(6학년), 중(3학년), 고(2학년) 학교급별로 구분하여 각 집단별로 설문조사와 심층면담을 실시하였다. 설문조사는 유네스코 가이드라인에 따라 사립/공립, 대도시/중소도시로 구분하여 초·중·고 학교급별 총 31개교의 학생, 교사, 학부모 2,323명을 표집하여 실시하였으며, 심층면담에는 총 6개교의 64명이 참여하였다. 이외에도 FGI와 전문가협의회를 실시하여 시험문화에 관한 다양한 실제와 개선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였다.
    본 연구의 조사결과를 시험의 중요성, 시험의 영향, 사교육, 학습에 미치는 영향, 시험문화와 교육정책간의 관계의 5개 영역으로 구분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시험의 중요성에 대해 조사한 결과, 학생들은 대부분 한 학기에 1~2회의 시험을 보며(48.9%), 수업시간내, 외 시간을 활용하여 시험을 준비하는 시간은 초등학생, 중학생 모두 일주일에 1~2시간을 보낸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고, 고등학생은 7시간 이상이 가장 높았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방과후학습에 참여하고 있으며(80.6%), 학년이 높아질수록 시험과 관련된 도움을 받는 사람이 부모에서 친구/동료, 교사 등으로 확산됨을 알 수 있었다. 학생들의 자유시간에 있어서, 초등학생, 중학생은 하루에 3시간 이상이 가장 많았고(32.2%, 39.9%), 고등학생은 1~2시간이 가장 많았다(43.1%). 시험의 목적에 있어서 일반적인 시험은 학습을 평가하고 학습자의 수준과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라고 응답했으며 고부담 시험의 경우는 학습을 평가하기 위해서(56.8%)와 다음 단계로의 진급을 위해서(54.9%)가 비슷한 수준으로 높게 나타났다. 학생과 부모들은 대부분 시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82%, 83.9%), 학습의 일부분으로서 공정성과 변별력을 갖춘 선발도구로서 시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사들은 시험준비로 인해 다른 활동들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64.8%), 시험과 관련없는 내용이나 활동은 가르치지 않는다는 응답이 많았다(63.4%)
    둘째, 시험에 대한 기대, 동기, 영향력에 대한 조사 결과, 학생들은 누구나 최고의 성적을 받고싶어 하는 등(M=4.33), 학업적 성공에 대한 기대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의 시험에 대한 불안에 관한 설문조사에 대한 응답은 대체적으로 3점 초, 중반대로 나타나 학생들이 심한 불안을 느끼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학교급별로 보았을 때는 중학생의 불안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심층면담 결과는 두통, 복통, 예민함 등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적, 정서적 증상들을 알 수 있었다. 잘 보여주었다. 시험과 관련해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사람은 부모이며(모든 응답자, 70.4%), 학생들은 부모(84.8%) 다음으로 교사(41.1%)와 친구(39.9%)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응답하였다. 인터뷰 결과, 부모들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자녀들의 학습을 지원하며 자녀의 성취를 자신의 성취와 동일시하는 경향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과 자신의 시험 성적을 상호비교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그 비율은 고등학생이 가장 높았다(68.1%). 시험을 잘보기 위한 동기는 친구, 형제, 부모, 교사 등의 다양한 사람들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은 동료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을때 만족스럽지는 않지만(M=2.93) 동료가 자신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행복해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M=2.72). 시험결과가 안 좋았을 때는 부모가 더 잘하라고 격려한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지만(35.4%), 실망하거나 화를 내는 등 부정적 응답을 모두 합하면 41.7%로 긍정적 응답보다 큰 비중을 차지했다.
    셋째, 사교육에 관한 조사 결과, 대다수의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모든 응답자, 78.2%), 사교육을 받는 주된 목적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78.2%), 시험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75.4%)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권유로 사교육을 받는다는 응답은 교사가 매우 높았는데(81.4%), 인터뷰 결과 부모가 자녀에게 사교육을 권하는 것은 자녀들이 학습에 뒤쳐질까봐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초등학생은 예체능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사교육을 받고 일주일에 8시간 이상 사교육을 받는다는 응답이 높았으며(33.8%), 고등학생은 하나의 교과목에 집중해서(48.3%) 일주일에 3-5시간(44.4%)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은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모든 응답자, 71.5%), 특히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았다(83%). 반면, 인터뷰 결과, 교사들은 사교육이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을 돕기보다는 높은 점수를 얻는데 초점을 두기 때문에 교육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사교육의 이익에 대한 인식 조사결과, 전반적으로는 평균이 2점 후반에서 3점 후반대로 나타나 사교육이 학업성취와 성적 향상에 매우 큰 이득을 준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뷰 결과 역시 사교육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 의견이 다양하게 나타났다.
    넷째, 학습에 대한 영향에 관한 조사결과, 학생들의 경우, 시험을 즐기지 않는다는 응답이 많았다.(68.2%). 대체적으로 시험은 교실에서 공부하는 내용과 관련되어있다고 생각하며(모든 응답자, M=3.81), 학습한 것을 평가하기 위해 필요하다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모든 응답자, 4.8%) 인터뷰 결과를 보면, 학생들은 학년이 높아질수록 시험을 싫어하는 경향성을 보였으며 일부 고등학생들은 대학입시를 위해 적합한 사람을 골라내는 시험의 도구적 기능에 회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응답은 보통 수준이었으며(모든 응답자, M=3.05) 많은 학생들은 시험과 학업성취에 대한 기대가 학습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응답했다(69.1%). 대부분의 학생과 부모는 시험 이외에 학습을 평가할 대안적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했지만, 교사들은 대안이 있다고 응답하였으며(50.9%) 대표적으로 수행평가를 제안하였다. 학생들은 교사와 학교가 시험에 대한 압박감을 낮추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68%), 그 방안으로는 시험의 횟수를 줄이거나(5.5%), 난이도를 낮추는(4.8%) 등을 제안하였다. 
    다섯째, 시험문화와 교육 정책 및 실제와의 관계에 관한 탐구 결과, 교육정책적 측면에서 한국의 시험정책은 ‘고부담 시험’과 관련하여 초기에는 주로 양적 팽창에, 이후에는 질적 성장에 중점을 두고 수립, 실행되어 왔다. 시험에 관한 정책은 사람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데, 한국에서는 시험의 공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문화적 특성이 있으며, 시험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최대한의 노력을 통해 좋은 결과를 얻으려는 시험문화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시험을 통해 사회적으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인식과 실천의 복합적 작용으로 형성된 시험문화는 다시 교육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 시험문화가 교육 실제에 미치는 영향은 학습과 학습자에게 보다 직접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학교생활에서 시험이 갖는 중요성과 그로 인한 압박감은 학교급별에 따라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가장 궁극적인 시험은 대학입시로 사실상, 이 고부담 시험이 모든 교육의 단계와 과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따라서 초등학교 단계에서 시험을 폐지하고 수행평가를 강화하는 등의 강력한 개선이 일어나도 이는 긍정적인 변화로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중고등학교 단계에서는 진학, 진로를 결정짓는 시험에 대한 학생, 학부모의 불안감이 점차 커지면서 입시에 필요없는 교과목들은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 학습 불균형 현상이 발생한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수록 시험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의 관심은 고조되고 개입은 확대된다. 시험을 시행하는 당사자인 교사는 시험문제의 타당성과 신뢰성에 이의를 제기할 여지를 두지 않기 위해 평가기준이 명확한 지식 관련 문제를 선호하게 되고, 다양한 대안적 평가방법을 시도할 동기와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하는 현상도 나타나게 된다.
    이상, 모든 조사결과를 종합하여 각 연구문제에 대해 답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의 시험문화를 형성하는 요인은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일반적으로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 각각 자신의 위치에서 시험에 대한 많은 심리적 부담감과 압박감을 느끼고 있지만 시험은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연구결과 드러났다. 특히, 학습을 평가하는 것 뿐 아니라 상위 단계로의 진학/진급을 결정하는 선발의 기능을 하는 고부담 시험의 기능을 신뢰하고 공정성에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대표적인 고부담 시험인 대학입학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대다수의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고 있는 현실에 있어, 그에 대한 찬반 양론이 모두 존재한다. 사교육의 성행은 한국인들의 근면성실함과 교육에 대한 열망이 결합하여 나타난 독특한 한국적 현상이다. 더 나은 학습 성취를 하기 위한 높은 기대와 동기는 더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더 많은 학습을 하도록 학생들을 압박한다. 부모들은 또한, 최선을 다해 자녀들을 뒷바라지 한다. 이 같은 사람들의 인식과 실천은 한국의 유교문화적 전통과도 깊은 관련이 있으며, 시험을 통해 사회적 지위와 신분을 획득하고 유지할 수 있었던 과거제도의 사회문화적 전통과도 연결되어 있다. 한국사회에서 경쟁은 대학 입학을 넘어서 취업과 그 이후 삶에 이르기까지 치열해지고 있으며, 따라서 시험의 중요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능력에 따라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평등성의 가치와 최선의 성취를 이루고자 하는 욕망은 교육의 형평성과 수월성을 고르게 달성하는 원동력이 되었으며 이러한 한국인의 가치관, 인식, 행위는 모두 상호영향을 미치며 시험문화를 형성한다고 하겠다.
    둘째, 시험문화와 교육 정책 및 실제는 상호영향을 미치며 발전하는 순환적 관계를 가진다. 앞서 다섯번째 연구결과에서 밝힌 바와 같이, 시험에 관한 어떠한 정책이 수립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정책을 이해하고 따르게 되며 그 과정에서 시험문화가 형성된다. 그런데, 고부담 시험은 그 특성상 응시자들간의 경쟁을 유발하게 되며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높은 점수를 얻고자 노력한다. 이 때 경쟁의 강도가 증가하면 부정한 방법이나 편법들이 생겨나게 되고 부정적인 측면의 시험문화가 형성되어 부작용이 커지게 되면 그에 대응하는 새로운 정책이 수립되게 된다. 한국에서는 정답을 고르기 위한 암기위주 교육방식, 사교육의 팽배, 공교육의 부실화 등이 주요 이슈가 되어왔으므로 이에 관한 시험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시험폐지 정책, 수행평가 제도, 자유학기제 등의 정책이 수립되어 왔다. 시험문화는 교육 실제에 더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특히 대학입학시험은 초, 중, 고등학교의 각 단계와 과정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한다. 고부담 시험은 학생들의 성취동기를 높이고 많은 학습량을 열심히 공부하도록 이끄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시험과 관련있는 내용만 학습하는 학습불균형 현상이나 개인적 특성에 따른 대안적 평가방법의 무력화 등을 가져오기도 한다. 교육의 실제도 정책과 마찬가지로, 시험문화가 교육실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너무 심각해지면 새롭게 개선이 시도되고 그에 대응하는 시험문화가 형성되는 방식으로 양자간 관계를 해석할 수 있다.
    셋째, 시험문화가 학습자와 학습에 미치는 영향은 문헌연구에서 살펴본 내용과 상당히 관련되어 있었다. 시험문화는 학습자의 동기를 자극하고, 학부모, 교사, 행정가 등 관련인들의 책무성을 높임으로써 학습의 질과 효율성을 향상시킨다. 이러한 긍정적 영향과는 달리, 학생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학업에 대한 만족도와 행복감을 떨어뜨리는 부정적 영향도 미친다. 많은 선행 연구들이 이러한 결과를 지지한다. 시험문화는 또한 그에 초점을 맞추어 시험에 유리하거나 좋은 결과를 얻도록 교육과정의 내용이나 교수방법을 바꾸는 ‘역류효과(washback effect)’를 가져오기도 한다. 시험의 중요성으로 인한 엄청난 규모의 사교육 시장은 국가 및 가정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더불어, 경제적 능력에 따른 기회의 제한으로 인해 교육불평등 현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본 연구의 결과를 토대로 시험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제언은 ‘시험문화 개선을 위한 교육정책 및 실행’과 ‘교육 질 제고를 위한 개선 방안’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 제시하였다.
    먼저, 시험문화 개선을 위한 교육정책 및 실행에 있어서는 다음의 네 가지를 제안하였다.
    첫째, 시험 정책 및 제도의 개선은 반드시 대학입시 등 고부담 시험이 학교교육에 미치는 강력한 영향력과 현실적으로 시험의 가지는 공정성의 가치를 신중하게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현실적으로 초, 중등교육은 대학입시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교육내실화와 질 제고를 위한 다양한 정책과 대학입시와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한편, 평가의 신뢰성과 객관성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새롭게 시도되는 여러 대안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이를 지원하고 뒷받침하기 위한 전반적인 교육 여건을 개선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교원전문성 강화를 위한 연수 정책과 교사의 자율적 평가권을 보장하는 정책 등을 고려해볼만 하다.
    셋째, 학생들이 적성, 능력, 특성에 적합한 진로 탐색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바람직한 현장의 움직임을 확대하는 한편, 이것이 상급 학교 진학과 연계되도록 하는 제도,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학부모들의 지나친 불안심리를 완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사교육업체에서 과장해서 부추기는 내용 중 부적절하거나 부정확한 것을 명확히 알려주고, 공교육 차원에서 좀 더 구체적인 교육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학부모들이 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자녀교육에 임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다음으로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다음의 세 가지가 제안되었다.
    첫째, 시험문화의 초점을 기존의 신뢰성에서 타당성으로 전환해야 한다. 미래사회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고차원적 능력을 어떻게 길러낼 것이며 또 평가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더 이상 학생들의 능력을 계량화하고 서열화하는 기존의 양적 평가 체제를 지속할 수 없다. 시험은 다양한 학습자의 잠재력과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성장을 촉진하도록 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시험을 향한 한국인의 교육열은 분명 긍정적인 면이 존재하며 이는 한국의 경제성장과 교육성장의 주요한 동력이 된 힘이다. 시험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적극적 투자는 다음 세대 교육에의 적극적 개입을 통한 세대간 동질성과 연속성을 유지하게 하며, 다양한 불평등과 특혜에 대한 사회적 감시 기능을 한다. 우리가 가진 생산적이고 성취지향적인 교육열을 긍정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사교육으로 쏟아지던 투자가 공교육과 지역사회 등 공적 영역으로 전환되어 이루어지도록 물꼬를 터야 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시험에 관해 타당성 대신 ‘변별력’, ‘공정성’, ‘객관성’ 위주로 점철된 기존의 상황을 개혁하고 교육에 대한 신념체제를 바꾸기 위해 새로운 담론을 조성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교육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어 왔던 변별력 논리는 실은, 능력의 상대화를 요구하는 것일 뿐, 개인이 얼마나 교육을 통해 성장했는지를 설명해주지 못한다는 관점에 주목하여 평가 담론의 기본 원칙을 ‘모든 학습자의 성장’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이하 원문 확인>

콘텐츠 큐레이션 : 동일주제 가장 많이 이용된 자료 추천

현재 페이지에서 제공되는 연구보고서에 대하여 평가해 주세요

의견(0)

연구성과에 따른 의견과 무관한 글, 선정적인 글 및 비방글 등의 게시물은 관리자에 의해 언제든 삭제 조치 될 수 있으며, 주민등록번호 형식 및 연속된 숫자 13자리는 입력할 수 없습니다.

입력 가능 Byte : 4000 Byte 현재 입력 Byte : 0 Byte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순서대로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