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보고서
홍콩의 경제ㆍ사회 변화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명(영문)Evaluation of Economic and Social Change in Hong Kong and Its Implic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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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초록
- 2019년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을 둘러싸고 발생한 대규모 시위와 이에 대한 홍콩 및 중국 정부의 강경 대응은 국제사회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한국의 경우, 2017년 사드 배치 문제를 둘러싸고 발생한 외교적 마찰로 인해 한국인의 중국에 대한 인식이 크게 악화했는데, 2019년 홍콩 사태는 이러한 인식 악화를 한 층 심화시켰다. 다른 나라 및 지역에서도 홍콩 사태가 해당 국가(지역)의 대중국 인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정황이 발견된다.
그런데 홍콩 사태를 계기로 증가한 중국과 홍콩 사회에 대한 이러한 부정적 인식이 경제 영역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홍콩은 과거 영국의 식민 통치 시기에서부터 형성된 자본주의 시장경제 시스템과 지리적 위치에 따른 중계무역의 적합성 등을 바탕으로 오늘날 글로벌 금융허브와 중계무역의 중심지, 그리고 중국경제의 대외창구 및 자금조달 기능, 위안화의 국제화 통로 등의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2019년 대규모 시위 사태 이후, 홍콩의 사회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우려 속에서 그동안 홍콩이 수행해 왔던 이러한 경제적 기능 및 역할에 대해서도 회의론이 제기됐다.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따라 경제 주체들이 홍콩을 떠나거나 미중 전략경쟁 등 국제질서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중국과 홍콩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견제가 나타나면서 이러한 회의론은 더욱 힘을 받게 됐다.
문제는 이러한 홍콩의 경제ㆍ사회 변화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우리 경제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홍콩은 우리와 중국 본토 사이의 교역에서 중요한 중계 역할을 하고 있고, 우리의 많은 기업 및 금융 기관들이 진출해 있는 곳이며, 관광 등 인적 교류도 활발한 지역이다. 그런 만큼, 우리의 대외경제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데 있어서 홍콩의 경제ㆍ사회 변화에 대한 심도 있고 체계적인 분석은 필요한 작업이다.
이에 본 연구는 홍콩의 대규모 시위 발생 이후 5년 정도가 경과한 시점에서 그동안 축적된 다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홍콩의 경제ㆍ사회 변화에 대해서 실증적으로 분석하고자 했다. 특히, 국제금융 허브와 중계무역 중심지, 중국경제의 대외창구 및 자금조달 기능, 위안화 국제화, ‘웨강아오 대만구(粤港澳 大灣區ㆍGreater Bay Area)’ 지역발전 전략 등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지난 5년 동안의 변화에 대해서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전망 및 우리 경제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했다.
다만, 사회주의 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과 일국양제 하의 홍콩 사회에서는 정치와 경제, 사회 영역 등이 서로 매우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본 연구는 경제 영역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하는 주요 목적에도 불구하고, 융복합적 시각으로 홍콩의 정치와 경제, 사회 영역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각 영역 사이의 유기적 영향 관계 등을 분석했다.
그 중 핵심적인 경제 영역의 분석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 본토에 대한 홍콩의 자금조달 역할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며 적어도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및 시행에 따른 영향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등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지만, 홍콩의 대중국 FDI는 계속 증가하였고 2020년~22년까지 중국의 FDI에서 홍콩이 차지하는 비중도 코로나19 이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또한 중국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홍콩 증권시장에 상장하고 있고 위안화 관련 업무를 확대해 가면서 중국에 진출을 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홍콩으로 유인하고 있다.
둘째, 홍콩의 금융시장에서 중국 본토의 영향력이 점차 강화되고 있으며, 2019년 반송환법 시위 이후에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경제 규모가 커짐에 따라 상하이와 선전 등 본토 내 금융시장이 크게 발전했지만, 글로벌 금융시장과는 차별화되는 발전 경로를 따르고 있어 중국을 해외와 연결하는 홍콩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 정부는 ‘자국의 영토’이자 국제금융 허브인 홍콩을 활용하여 역내 위안화 유출입을 통제하면서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홍콩 정부도 위안화 국제화에서 홍콩의 입지를 강화하여 국제금융 허브 지위를 유지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도 위안화 금융거래 편의성을 높이는 조치를 적극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홍콩의 무역 중심지 기능에 있어서 2019년 반송환법 시위 이후 일정한 변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홍콩은 중국 본토를 배후 제조기지로 활용하면서, 중국과 다른 나라 사이의 교역을 연계하는 무역 허브 역할을 담당해 왔다. 이 과정에서 홍콩이 재수출 상품을 조달하는 국가의 비중에 있어 중국 본토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미국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었다. 그런데 2019년 반송환법 시위를 기점으로 이러한 경향이 더욱 현저하게 나타났다. 중국 본토로부터의 조달 비중이 최근 4년간 빠른 속도로 감소한 반면, 미국으로부터의 조달 비중은 그 이전 시기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증가했다. 또한 홍콩이 재수출하는 상품의 대상 국가(수출 목적지)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직후 그 이전보다 눈에 띄게 높아졌다.
한편, 세계의 항만 컨테이너 물동량 중 홍콩의 비중은 2010년 들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데, 2019년을 전후로 현저한 변화는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같은 기간 중국의 항만 컨테이너 물동량 비중이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세계 항만 순위에서도 홍콩이 2023년에 처음으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반면, 세계 10대 항만에 상하이, 싱가포르, 닝보-저우산, 칭다오, 선전, 광저우 등 중국 본토 항만이 6개나 포함되어 대조를 이루었다.
넷째, 웨강아오 대만구(GBA)를 통해 중국 본토와 홍콩 사이의 일체화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웨강아오 대만구는 중국 광둥성 내 경제발전 수준이 높은 9개 도시와 홍콩ㆍ마카오를 지칭하는데, 2017년 중국과 홍콩ㆍ마카오 사이에 협정이 체결되면서 지역통합 정책이 본격 추진됐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웨강아오 대만구의 현대적인 산업체계 구축 중 서비스업 발전과 관련하여 홍콩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홍콩을 중심으로 국제적인 금융ㆍ물류 서비스 허브를 건설하며, 광저우, 선전, 홍콩, 마카오를 중심으로 물류, 관광 서비스, 문화ㆍ창의, 인력 중개 서비스, 컨벤션 산업, 회계ㆍ법률 등 전문서비스의 상호 발전 및 협력을 추진하고자 한다. 다만, 이 발전 전략이 아직 추진 초기 단계에 있어서 그 효과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연구개발 및 기술혁신, 법률, 금융, 건축, 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중심으로 부분적, 제한적 시장통합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본 연구는 경제 분야에 대한 이와 같은 분석 결과를 정치ㆍ사회 영역에 대한 분석 결과와 연계하여 홍콩의 미래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전망했다. 특히, 본문에서 분석한 내용을 6가지 요소, 즉 △중국 본토의 의지, △중국 본토의 능력, △홍콩 집권층의 성향, △홍콩 내부의 여론, △미중 전략경쟁, △국제사회 여론 등 6가지 항목을 중심으로 재구성하여 홍콩의 미래를 전망했다.
이를 요약하면, 향후 홍콩의 중국화, 또는 홍콩 사회와 중국의 일체화라는 큰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지만, 미중 전략경쟁의 향방과 중국의 경제 상황, 그리고 홍콩 내부의 여론 변화 추이 등에 따라서 그 속도에 있어서 미세한 조정 등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장기적인 큰 흐름 속에서 홍콩의 경제는 국제금융 허브 기능과 위안화 국제화의 선도 역할, 중국경제의 자금조달 기능 등을 상당 기간 지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경제의 발전에 따라 그 존재감은 점점 더 약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홍콩의 경제적 위상은 중국경제 전체에 대한 역할보다는 중국의 지역경제 중심지, 즉 중국의 지역발전 전략 중의 하나인 웨강아오 대만구의 중심지 위상으로서 조정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2019년 반송환법 시위 이후 홍콩의 정치사회는 비교적 빠르게 중국화되어 가고 있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반면, 경제영역에서는 일부 변화가 감지되지만 여전히 홍콩의 여러 경제적 기능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경제적 기능은 중국경제의 성장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장기적으로 변화가 불가피해 보이며, 결국 홍콩은 중국의 지역경제 중심지로서 그 위상을 조정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우리는 한중 간 지역경제 협력의 차원에서 홍콩과의 협력 강화를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으며, 이 과정에서 홍콩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거나 향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산업을 중심으로 홍콩과의 협력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홍콩의 경제적 기능 중에서 국제금융 허브 기능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에, 무리한 ‘홍콩 대체론’보다는 홍콩과의 금융 협력을 통해 우리의 금융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정책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